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국가의 허리인 공직자 일탈 행위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 공직사회는 부패와 정경유착, 책임윤리의 부재, 도덕성 실종, 법질서 경시 등이 누적돼 왔다. 공무원과 선출직 공직자 등 가릴 것 없다. 총체적 난맥의 형상이다. 청렴의 격앙은 끝없지만 변할 줄 모르는 것이 문제다. 개조(改造)란 사고방식이나 시설, 조직 등을 고쳐 새로 만든다는 뜻이다. 세상은 눈 깜짝할 사이 변화를 탄다. 우리의 생존과 도약에 또 다른 도전이 채찍하고 과제 역시 봇물 터지듯 한다.
"모두 자기 소리만 내려고 하면 아무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조직 관리의 명구가 있다. 특히 공직자의 경우, 바른 길을 걸어야 하는데, 샛길로 빠지는 안타까운 경우를 부딪친다. 원칙(原則)은 '기본적인 법칙'이고, 변칙(變則)이란 '원칙에서 벗어남'을 가리킨다. 결코 멀거나 어려운 일도 아니다. "길을 두고 왜 모로 가느냐"는 질타이다. 성추행에 음주 운전, 금품수수가 대표적이다. 왜 똑같은 경고음으로 몰매를 맞는 건지 민망하다. 이젠 관행처럼 익숙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행복한 윤리를 거머쥘 것이다.
공직사회는 지금 비상상황이다. 경기회복을 우선으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민·관이 힘을 합쳐 지혜롭게 동분서주하고 있다. 지난 달 6일은 임시공휴일로 까지 지정했다. 연휴기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국민행복의 답을 찾으려 애쓴 여러 공복(公僕)은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청주시청 공무원 가운데 직위를 이용해 업무와 연관된 기관에서 부정한 돈을 뜯어 해외여행 경비로 보탰다는 사건이 터졌다. 또 모 청주시의원은 관리기관과 사전 협의도 없이 공원에 설치된 정자를 자기 소유물처럼 무단 해체했다. 이것이 실수인지는 알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언제든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사한 비리를 자주 겪다보니 통념처럼 느끼는 게 오히려 민망하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지만 국회의원 스스로가 세비를 깎아야한다는 자성적 목소리를 토했다. 이런 농담은 코미디 축에도 못 끼니 그냥 웃어줄 수밖에 없다. 일보다 쏠쏠한 개인 잇속만 챙기는 집단이라는 미안함을 그나마 느끼는 것 같아 천만 다행이다. 정말 불행한 것은 그들의 존재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국민 외면 수준 역시 심각단계란 것이다. 그래서 더욱 새내기 금배지를 달고 등원하는 20대 국회 초선의원을 향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계파에 찌들지 않은 날개로 멀리, 그리고 높고 힘차게 저을 때 세상은 정화와 함께 단단해진다. 제사와 젯밥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의 문제다. 정체성을 잊은 공직자는 무면허 조종처럼 위험하기가 마찬가지다. 공직자의 힘은 곧 국력이다. 분야나 직렬, 직급 가릴 것 없이 존재 이유를 잊고 있다. 법으로 사람이 착해질 리 만무하다. 의식개혁부터 공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