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구조는커녕 전화만했다" 주장
구급대원 "나무 높아 지원 요청한 것"
청주서부소방서, 어제 현장서 진상조사

[충청일보 신정훈기자]119구급대원들의 소극적인 구조활동 탓에 현장에서 살릴 수 있었던 자살 기도자가 끝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5일 새벽 3시19분쯤 충북 청주시 흥덕구의 한 주택가 인근 야산에서 Q씨(41)가 스스로 목을 맸다. 당시 Q씨는 가족과 119구급대에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 목숨은 부지했지만 의식이 돌아오지 못한 채 혼수 상태다.

Q씨의 아내 A씨(41·여)는 "119구급대원들이 도착했을 때 곧바로 줄을 끊는 등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을 했다면 남편이 지금과 같이 생사의 갈림길에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등에 따르면 이날 Q씨는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말을 남기고 산책로를 향했다.

곧바로 남편의 뒤를 따라간 A씨는 나무 위에서 "나 먼저 갈게. 미안해"라고 말을 한 뒤 몸을 던진 남편 Q씨를 목격했다.

A씨는 곧장 달려들어 남편의 다리를 들어올린 뒤 고등학생 아들과 119에 전화를 걸었다. 1분여 뒤 고등학생인 작은 아들이 달려왔고 이내 큰아들과 친구도 함께 Q씨의 몸을 함께 들어 올렸다. A씨는 "8분여 만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은 구조는커녕 한 명은 전화를, 나머지 두 명은 특별한 구조활동 없이 멀뚱멀뚱 서 있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내가 빨리 줄을 끊어 달라고 소리를 질렀더니 구급대원이 '나와라, 내려놓아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곧바로 올라가 구조를 하려나 싶어 자리를 피해 주고 내려놓았는데 구조는커녕 남편이 대롱대롱 매달려만 있었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내가 다시 '빨리 끊어라. 뭐하는 거냐'며 강하게 항의하자, 그제야 구급대원이 뒤늦게 올라가 줄을 끊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현장에 출동한 한 구급대원은 "도착해 보니 나무가 생각보다 높았고 구조에 어려움이 있어 구조대에 지원요청 전화를 했던 것"이라며 "그 사이 나머지 대원은 곧바로 나무 위로 올라가 구조활동을 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구조활동에 나선 구급대원은 아주머니에게 '꼭 붙잡고 있어라. 바로 올라가 끊겠다'는 말도 전했다"며 "학생들이 나무 위로 올라가려는 것을 '피해라. 우리가 올라가겠다'고 한 말을 아주머니가 오해한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급대원 측의 반박에 A씨는 "그 같은 말을 들어본 적도 없다. 왜 처음부터 구조대는 안 왔냐"며 "구조대가 올 때까지 사람이 죽든 말든 기다리려던 것이냐. 누가 잘못한 것인지 명명백백 밝혀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와 관련, 청주서부소방서는 A씨의 이런 주장에 대한 사실 확인을 위해 6일 오전 사건 현장을 찾아 현장구조상황을 점검하는 등 자체 진상조사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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