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진천 '천일원앙리빙키친' >4<

▲ 경기불황을 비켜갈 수는 없지만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않고 있는 '천일원앙리빙키친'의 단합대회.(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권우상 대표)

"우리만 잘 한다고 업체가 굴러가는 게 아니거든요. 거래하는 곳이 어려우면 곧바로 우리에게 직격탄으로 날라옵니다. 지난 11~12월에도 거래업체 3곳이 부도 났어요.
앞으로가 걱정입니다. 하루하루 지뢰밭을 걷는 기분입니다".
충북 진천에 있는 주방기구업체 '천일원앙리빙키친(이하 천일)' 권우상 대표는 요즘 경기침체에 걱정이 많다. 자신들만으로는 어떻게든 불황을 돌파할 자신이 있는데 문제는 거래처들이 자금난으로 허덕이다보니 자칫 부실채권으로 인한 후유증이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는 지난해부터 뚫기 시작한 미국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전체 수출 목표액을 500만 달러(미화기준)로 잡았는데 미국 시장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목표를 이룰 수도 있고, 희망사항으로 끝날 수도 있다.
진천에 둥지를 틀고 있지만 천일은 지역과 아무 연고가 없다. 지난 1972년 경기도에서 천일종합주방설비로 시작, 1990년 이곳으로 온 뒤 1996년 모든 생산라인을 옮겨왔다.
설립 초기 40명이었던 직원들은 지금 60명으로 늘었고, 연 30억 원이던 매출은 지금 150억 원을 목표치로 하고 있다. 권 대표는 창업자인 부친의 뒤를 이어 지난 1987년부터 경영하고 있다. 벌써 20여 년이 흘렀다.
천일은 흔히 싱크대로 불리는 주방가구 중 비철금속 통을 만들고 있다. 수출용인 'cico'와 내수용인 '원앙싱크' '무지개싱크'가 주력 제품이다. 국내에 이런 업체들이 12곳 있는데 천일이 수출로는 규모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천일의 내수, 수출 비율은 7.5대 2.5 수준. 세계 1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대상국도 일본, 홍콩, 필리핀은 물론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간다.
직수출 외 lg가 미국에 수출하고 있는 주방기구도 납품하고 있다. lg 납품은 그쪽에서 먼저 제의해 올 정도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권 대표는 수출을 중시한다. 부친이 내수로 업체 기반을 닦았다면, 그는 포화상태에 빠진 국내시장보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 회사 몸집을 불리고 있다. 2002년 중국 상해 국제가구전시회를 시작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나섰고, 예전에는 눈길을 주지않았던 미국 시장도 지난해부터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해 미국에 70만 달러어치를 팔았고, 올해 150만 달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으로도 수출 비중을 50%로 늘릴 방침이다. 그렇지만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경기침체가 관건이다. 모두가 죽겠다고 하는 판에 천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지난 11월에 매출이 반토막 났다. 해외로 나가던 컨테이너도 월 3~4개에서 1개로 팍 줄었다.
재고부담을 덜기위해 지난 12월에 이어 1월에도 전직원이 보름씩 일손을 놓았다.최근 2년사이 40억 원을 투자했는데 예상 외로 몰아닥친 경기불황이 그 보람을 찾지못하게 발을 잡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천일은 디자인·품질·가격이라는 3박자에서 경쟁력이 있는만큼 이 격랑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 하듯 단 한 개의 공정 불량, 제품 불량을 허용치 않는 품질혁신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설립 이후 때부터, 그리고 온 나라를 불황의 그늘로 빠뜨렸던 imf 외환위기 때도 노-사 갈등없이 신뢰로 똘똘 뭉친 직원들이 힘을 보태주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소낙비(경기불황)를 피하고 잠시 젖은 옷(불황여파)을 말리면 국내 최고가 아닌 세계 최고로 발돋움 할 수 있다는 게 권 대표의 믿음이다.
/박광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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