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한우는 옛 부터 우리 농가의 큰 자산으로 우리 농업의 근간을 차지하면서 함께한 가축이다. 우리나라의 한우는 삼국지 위지동이전의 부여부분에 육축을 기르고 마가, 우가 등 동물의 이름을 족장의 관직에 사용한 것이 기록되어 있으며 우두주, 우이동 등의 소와 관련된 지명도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이미 수천 년 전부터 한우를 농가에서 사육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라 지증왕 때는 소로 논을 가는 우경을 장려하였고 고구려 정벌 시 군수물자 운반을 위해 2천여 두의 우차를 사용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소 도살을 금지하는 보호령이 내려질 정도로 우리 생활에서 소의 중요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태조는 가축서를 설치하여 소의 질병예방에 진력하였고 세조는 양우법이라는 책자를 편찬하여 소의 개량과 증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렇게 되면서 한우는 옛 부터 우리의 농업과 가정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농가의 재산목록 1호가 되었으며 가정에서 큰돈을 필요로 하는 자녀 학자금과 결혼자금 마련 시 한우가 필수적으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농경문화와 함께해온 한우는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이 바뀌면서 질 좋은 고기를 제공하는 최고의 가축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도 한몫을 담당하면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일정주기를 두고 가격 변동에 따른 환희애락을 농가에 주고 있다. 최근 한우가격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는데도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2009년도에 한우가격이 급등하자 너도나도 한우사업에 뛰어들어 한우사육두수가 2010년도 3월에 260만두였던 것이 2010년 6월에 290만두로 급증할 정도로 늘어가면서 2012년 한미 FTA가 발효되었다. 한미FTA의 발효된 2012년을 전후로 4개년 간 한우 농가수를 비교해 보면 2008년 18만 3천호였는데 2016년에는 8만 8천호로 9만 5천호가 줄었다. 연평균 감소율을 보면 2012년 이전 4개면에는 매년 4.2%씩 감소했으나 2012년 이후 4개년 동안에는 매년 13.2%씩 감소하였다. 사육규모별로 보면 50두 미만의 소규모 농가의 감소세가 뚜렷해 2012년 이후 매년 15%씩 한우사육에서 손을 뗀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 대두분이 70세 이상의 고령 농업인들로 이들의 사육형태가 대부분 송아지를 생산하는 농가였던 것으로 분석되면서 이들 소규모 고령 사육농가의 폐업은 결국 우리 한우사업에 송아지 생산기반이 무너지면서 현재 한우가격 고공행진의 주요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한우의 현재 수급을 보면 2010년 290만두 규모의 사육규모가 현재 248만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공급 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상황으로 볼 때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을 예상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송아지 공급이 원할 해야 하는데 이미 많은 농가가 폐업을 한 상태이기에 곧바로 복원되기는 어려울뿐더러 고기 가격의 상승에 기인한 사육 농가에서는 비육우 사육에 무게 중심을 둘 수밖에 없고 사육기술의 발달에 따른 고기등급의 상승 또한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들쑥날쑥한 한우가격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우선 한우사업의 근간이 되고 있는 송아지의 안정적인 공급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의 기반으로는 매우 취약한 상태라서 어려움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송아지 생산 전문 농장의 육성을 통해 한우사육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한우가격의 상승을 막기 위한 수입육 도입량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계속되는 한우가격의 파동을 겪을 수박에 없다는 교훈을 우리는 이미 지난 파동을 통해 계속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공급과 수요에 맞는 한우공급이라는 미래 안목적인 차원에서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육농가 또한 근시안적으로 지금 당장 고가의 한우 가격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좀 더 미래를 보고 농장운영을 계획해야 하며 송아지를 생산해서 비육, 판매하는 일관사육을 겸하는 운영 또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비육우 출하가격이 경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 현상이 계속되고 송아지 가격이 500만원 근처까지 간다고 해서 한우사업이 영원히 좋을 것으로만 볼 수는 없다.  한우 값의 고공행진을 계기로 다시 사육두수가 늘어나고 또 언젠가는 폭락으로 많은 농업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폭락과 급등을 되풀이해서는 결국 농업인도 소비자도 모두 피해자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한우 값의 고공행진을 보면서 우리의 과제는 한우 사육 규모를 적정으로 유지하면서 농가의 안정적인 경영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한우사업의 발전과 세계화를 위한 새로운 기회로 만들었으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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