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갑 사회1부장

 

[장병갑 사회1부장]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TV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주인공 현빈의 대사다. 오래 전 유행해 잊힌 듯 머리 한 구석에 남아 있던 이 한마디가 최근 다시금 생각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2일 지방자치단체 간담회를 열고 1000억 원 규모로 건립을 추진 중인 국립철도박물관 사업 입지선정과 관련해 "공모 방식으로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역 갈등이 예상된다는 게 이유다. 국토부는 경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립철도박물관은 지난해 11월부터 입지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청주 오송, 대전, 세종을 비롯해 경기 의왕, 부산, 울산 등 유치를 희망한 지자체만 11곳에 이른다.  그러나 최종 후보지 선정 절차에 대한 방향성은 제시되지 않았었다. 사실상 2021년 완공을 목표로 한 행정절차에 대한 로드맵만 마련돼 있는 게 전부다.

재정이 부족한 지방으로서는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국책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국립철도박물관만 해도 1000억 원 이상 소요되는 예산을 지방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더구나 선거를 의식한 국회의원이나 지자체 장으로서는 이런 대형 국책사업을 유치할 경우 자신의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사활을 걸고 유치전에 뛰어들고 있다. 청주시의 2015년 재정자립도는 28.45%로 전국평균 43.9%에 미치지 못한다. 재정자주도도 57.51%로 전국평균 68.4%보다 낮다. 중앙정부에서 추진하는 공모사업이 그만큼 간절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청주시는 통합 청주시 청사 건립을 비롯한 통합시 출범에 따른 현안 사업 해결에도 힘이 버겁다.

정부의 무원칙에 전국 지자체만 우왕좌왕이다. 지난 정부에서 이미 결론 난 '신 공항 카드' 꺼내 들어 해당 지역을 한바탕 흔들었던 정부는 얼마 전 국립한국문학관 마저 '잠정중단'했다. 한 마디로 지나친 유치 경쟁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국립철도박물관 사업 입지를 공모방식으로 하지 않겠다는 이유와 너무나 똑같다. '영남권 신공항'과 국립한국문학관 사업 추진시 불거졌던 문제가 고스란히 국립철도박물관에 전가될 때까지 국토부는 무엇을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책사업을 진행할 때마다 지역 갈등은 필연적인 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립철도박물관은 김성제 의왕시장의 시의회 답변이 알려지면서 공정성 시비까지 불거졌다. 선정 방식만 바꾼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국책사업을 둘러싼 지자체간 갈등은 계속 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정부차원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