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경쟁하듯 막말 촉수를 높인 고위공직자들이 위민(爲民)의 허구를 외쳐대고 있다. 교육부정책기획관 혀로 저지른 진짜 '개, 돼지' 만도 못한 언어폭력에 국민 분노지수가 이만저만 아니다. 마땅히 지켜야할 공직규범 마저 송두리째 걷어찬 채, 깔아뭉개려는 갑질로 성공 뒤의 그림자만 길게 드리운다.
말은 하기보다 참는 편이 몇 배 어렵다. 본질과 전혀 다른 해석이라며 억울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결국 '내가 제일 잘나가' 유형의 헛똑똑이다. 성난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교육부 장관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슨 배포인지 몰라도 망언치곤 너무 요란한 굉음을 울렸다. 그러고는 취중에 한 말이라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해명을 했다.
결국 인사혁신처의 징계는 파면으로 확정됐다. 향후 5년 동안 재임용 금지는 물론 연금과 퇴직수당도 절반 정도만 수령하게 되는 중징계다. 행정고시를 거쳐 고위직 자리에 오르기까지 노력과 역경, 그리고 뒷바라지로 애태웠을 부모와 가족 생각을 하면 시리기만하다.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는 공직자마다 실제 삶 속의 울림을 통해서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공직자가 특히 분신처럼 챙겨야할 것이 있다.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누구를 위해 있는지. 무엇 때문에 존재 하는지' 정체성과 공(公)·사(私)의 엄격한 구분이다. 공직사회 속성상 동료의 지체나 무사안일, 부진을 탓하기 쉽지만 자기를 짚어보기에 느슨하다.
지금 어디쯤 와서 어떻게 머물러 있는지, 누구 탓인지 곰곰 따져 보면 상대의 입장과 특성을 이해하고 공직 안목도 높이게 된다. 확고한 자가 소통(自家 疏通) 없인 도저히 불가능하다. 대체로 관리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지키는 것에만 철저할 뿐 변화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감시용 CCTV는 사각지대가 있으나 자신의 카메라를 켜는 경우 스스로 품질 향상에 세심한 인간적 탄력을 받을 것 아닌가?
자신을 지켜줄 든든한 무기는 오로지 본인 밖에 없다. 제 밥값을 내지 않고도 폭탄주까지 퍼붓던 사람도 자리를 잃고 나면 '아~옛날이여'다. "있을 때 잘해"란 질곡으로 숙성된 유행가다. 공복(公僕)은 곧 국력인데 요즘 들어 부쩍 밥값에 시달리니 생뚱맞게도 몇몇 사람의 도덕적 해이가 덤터기를 씌운 꼴이다. 공직자의 자긍심과 명예야 말로 누가 채워주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조신한 언어와 대국민 봉사를 뿜어낼 때 빛난다.
뵈는 게 없다보니 안하무인(眼下無人)과 무소불위(無所不爲) 행태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 높아진 국민기대에 비해 비틀거리는 공직자 윤리 수준의 뭇매를 방증한다. "백성을 가리켜 천하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라고 일찍이 정리한 허균의 '호민론'에 집착하는 이유다. 입담을 자신하면 언어는 옥타브가 올라 춤을 춘다. 말머리를 이리저리 돌리며 매우 능란하게 쏟아낸 달변(達辯)보다 서툴러서 더듬거리더라도 말꼬리가 분명한 눌변(訥辯)이 낫다. 공직자의 계율로 비쳐지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