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도 숯 가마 열기… 장인정신으로 이깁니다"

▲ 충북 진천군의 숯 공장에서 이도종씨(73)와 아들 이규원씨(41)가 1200도가 넘는 숯가마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숯을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권보람기자

전통방식 고수하며 2대째 이어와
하루 600kg 생산… 13시간씩 작업
품질 영향줄까봐 선풍기도 안틀어

[충청일보 신정훈기자] "좋은 숯을 위해서라면 1200도의 열기는 아무 것도 아니죠."

연일 이어지는 불볕 더위를 잠시 피해갈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진 지난달 29일 충북 진천군 백곡면 성대리의 한 숯 공장에서는 빗물도 소용없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10m 앞에만 가도 금새 땀이 비오 듯 흐르는 엄청난 열기의 숯가마 앞에서 대명참숯 대표 이도종씨(73)와 아들 이규원씨(41)가 벌겋게 달아오른 숯덩어리를 꺼내고 있었다.

숯을 꺼내기 위해 만든 10m가 넘는 장대의 무게만도 15kg. 들기도 쉽지 않은 장대로 뜨거운 불 앞에서 숯을 꺼내는 작업은 쉼없이 계속됐다. 허리를 잔뜩 구부려 숯을 꺼내는 이들 부자의 발개진 얼굴에서는 수돗물을 틀어놓은 것처럼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렸다.

목에 걸친 수건으로 연신 얼굴을 닦아내지만 이마저도 소용이 없을 정도였다.

숯을 꺼내기 위해 제작된 장대도 채 몇 분도 안 돼 벌겋게 달아올라 열기를 식혀줘야 할 정도였다.

이들은 "가마 속 온도가 높아 몇 분도 안 돼 빨갛게 달아오른다"며 "종종 휘기도 하고 부러질 만큼 그 온도가 대단하다"고 설명했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연신 작동해도 모자랄 열기 뜨거운 작업장 환경에 오히려 이들은 긴바지와 긴소매 옷으로 꽁꽁 싸맨 채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규원씨는 "아궁이 온도만 60도가 훌쩍 넘을 겁니다. 자칫하면 화상을 입을 수 있어요"라며 "아무리 더워도 옷으로 꽁꽁 싸매고 작업해야 합니다"라고 고충을 전했다.

심지어 숯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선풍기도 직접 틀지 않았다. 이날 취재진도 직접 숯을 꺼내는 작업에 동참했다. 가마 앞에 서자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에 정말 살갗이 타는 것 같았다.

가마 속 숯을 꺼내려 들기도 힘든 장대를 이리저리 쑤실 때마다 올라오는 열기는 참기 힘들었다. 45kg 한 드럼통에 숯을 가득 채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40여 분. 체험한 시간은 고작 10여 분이었지만 이미 취재진의 온몸은 땀으로 젖어 있었다. 하루에 생산되는 숯 양은 600kg.

이런 작업을 이들 부자는 여름·겨울 할 것 없이 하루 13시간씩 1년 365일 내내 하고 있다.

이들 부자는 "전통방식으로 숯을 만들고 있어 손도 더 많이 가고 그 만큼 열기와 싸워야 하는 시간도 많다"라며 "하지만 좋은 숯을 만들어 제공하고 그것을 고객들이 인정해 준다면 아무리 뜨거운 열기도 참아 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장인정신 아니겠냐"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