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곳곳에서 일어나는 곤혹스러운 일들! 누가 잘못했는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일들. 여러분의 고민을 털어 놓으세요. 김대현 변호사가 명쾌하게 해결해드립니다.

 

 <A씨 사연>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에 휴가지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지난주 친구와 바다에 놀러갔다 왔습니다.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바가지요금이 심하더라고요. 슈퍼에서 사는 과자랑 아이스크림은 정가보다 두 배는 비싸게 팔고요. 매년 여름에 겪는 일이라 그냥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놀았습니다. 해변가 주변에 마침 프리마켓이 열리고 있어서 친구랑 같이 구경하고 있었어요. 그때 누군가가 와서 저와 친구에게 말을 걸더라고요.

 

캐리커쳐 작가: 커플이 놀러오셨구나. 가만히 계셔보세요. 제가 캐리커쳐를 기가 막히게 잘 그리는데, 이 그림 같은 커플을 보니까 그림이 저절로 그려지겠어요.

A씨: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캐리커쳐 작가: 아이~ 잠깐만 기다려보시라니까요.

 

극구 거절했지만 캐리커쳐 작가 손에 이끌려서 저는 친구와 서 있게 됐고 그 사이 그 작가 분은 저희의 그림을 계속 그리셨습니다.

 

캐리커쳐 작가: 자 여기 다 완성됐습니다. 5만원이에요.

A씨: 네? 뭐가 5만원이라는 거죠?

캐리커쳐 작가: 여기 두 분 캐리커쳐 그림 가격이죠! 전문가의 손길로 그린 것치고 저렴하게 드리는 거죠?

A씨: 저희 그려달라고 한적 없거든요. 무슨 5만원이에요. 완전 사기 아니에요?

캐리커쳐 작가: 아니 이렇게 그림을 그려드렸는데 사기라니, 말이 심하시네요. 얼른 5만원 주세요!

정말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 분의 명함을 받고 일단 돈은 드렸지만 돌아오는 길 내내 화가 나더라고요. 눈 뜨고 코 베인 격이었죠. 그려달라고 한 적도 없었으니까요. 억지로 본인이 그려줘 놓고 와서 돈 달라고 하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돈을 다시 받을 수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서한솔 기자: 오늘 사연은 동의 없이 캐리커쳐를 그리고 그 값을 요구한 사건인데요. 해외여행에서도 이런 일이 종종 있다고 해서 주의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요. 요청해서 그려준 것도 아니고 작가 마음대로 그려놓고 돈을 요구해서 억울하다는 항의가 많았어요. 김 변호사님!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대현 변호사: 만약 캐리커쳐 작가(이하 ‘작가’라고 합니다)가 그림을 그리기 전에 대금을 5만원으로 정하자고 말하였고, 귀하께서 이에 대하여 동의하였다면 정상적인 계약이 체결된 것이므로, 귀하는 그림에 대한 대가로 5만원을 지급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문의하신 사안의 경우 그림을 그리는 대가를 정하지 아니한 것이므로, 귀하께서는 작가에게 5만원을 지급할 필요는 없었다고 판단됩니다.

 

서한솔 기자: 네~ A씨의 동의 없이 작가가 마음대로 그림을 그린 거잖아요. 정말 억울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작가는 손님이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오해한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어떤가요?

김대현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귀하께서는 움직이지 않으면서 피사체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고 이는 작가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대하여 귀하가 적어도 묵시적으로는 동의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고 사료됩니다. 따라서 작가가 무상으로(공짜로) 그림을 그려주겠다고 약속한 사실이 없다면, 귀하께서는 작가에게 상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할 것을 판단됩니다. 다만 그 대가로 작가가 제시한 5만원이 적정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여전히 다툼의 소지가 존재합니다.

 

서한솔 기자: 그럼 이럴 때, 작가가 돈을 달라고 계속 요구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대현 변호사: 귀하께서 작가에게 5만원을 반환받기 위해서는 법원에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의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그림의 적정한 가격에 따른 금전을 제한 나머지를 반환하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쳐야 할 것인데, 이때 그림의 적정한 가격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논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고, 결국 귀하께서 그림의 적정한 가격이 무엇인지를 증명해야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서한솔 기자: 그림의 적정 가격을 증명하는 것 역시 전문가에게 의뢰해야하는 것 아닌가요? 그럼 문제가 더 복잡해지는 것 같은데요.

김대현 변호사: 네~ 그림의 적정한 가격을 밝히기 위하여, 귀하께서는 전문가에 의한 감정을 통해 그림의 정확한 가치를 평가받아야 할 것인데, 법원을 통하여 그러한 감정평가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그 감정비용만 수십만 원 내지는 수백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므로, 귀하께서는 이러한 소송을 수행하기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작가가 “귀하가 피사체로 역할을 수행하면서 그림을 그리는데 대하여 동의하였던 것이고, 소비자도 5만원이라는 가격에 대해서도 동의하였기 때문에 돈을 지불했던 것이다.”라고 반박한다면, 귀하께서는 이를 뒤집을 만한 마땅한 증거를 제출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서한솔 기자: 일단 A씨가 돈을 지불한 상태여서 되돌려 받기가 더 어려워 보여요. 반박할 증거가 필요하니까요, 말 그대로 눈 뜨고 코 베인 상황인데요.

김대현 변호사: 네~그렇습니다. 결국 귀하께서는 상당히 억울한 상황에 처한 것이 사실이지만, 법적 절차를 통해 5만원을 돌려받기는 매우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이 사건 작가와 같은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영업신고 없이 영리행위를 하면서,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귀하께서는 관할 시·군·구청에 이 사건 작가의 무허가 영업행위를 신고함으로써 유사한 피해자 발생을 예방함에 일조할 수 있다고 사료됩니다.

 

서한솔 기자: 네~ 이와 비슷한 바가지 상술에 얽매이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겠네요. 오늘 좋은 말씀 주신 법무법인 우성 김대현 변호사님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똑똑한 수요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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