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초기 산업화시대에는 읽기, 쓰기, 셈하기가 중시되었다면 다변화된 현대사회에는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비판적 사고 능력, 창의성과 혁신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실 수업방법의 변화가 필요하며 학생 중심의 질문과 대화로 진행되는 '하브루타'가 적절한 교육방법으로 여겨진다.
하브루타는 유태인들의 교육방법으로 주로 구어로 전승되던 탈무드를 문어로 정착시키는데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인구의 0.25%에 불과한 유대민족이 전체 노벨상 30% 이상을 차지한 것도 이러한 교육방법에서 비롯되었다. 하브루타는 두 학습자가 텍스트를 읽고 해석하며 생각을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학습자는 하브루타를 진행하는 동안 텍스트를 읽고, 다른 사람과 대화하며 분석하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자는 의사소통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내용에 대한 영속적 이해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선행 연구자들의 성과에 기대어 좀 더 세밀한 논의를 전개시켜보고자 한다.
먼저 하브루타의 과정은 도입(동기) 하브루타→내용(사실) 하브루타→심화(심상) 하브루타→적용(실천) 하브루타→메타(종합) 하브루타로 전개된다. 이를 위해 짝을 지어 질문하고 반박하고, 토론하고 논쟁하면서 공부한다. 다음으로, 하브루타 수업방법을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질문(논쟁) 중심 하브루타 수업은 질문 만들기→짝토론→모둠 토론→발표→쉬우르 등으로 진행된다.
둘째, 비교 중심 하브루타 수업은 비교 대상 만들기→조사하고 질문 만들기→짝토론→모둠토론→발표→쉬우르 등으로 진행된다. 셋째, 친구 가르치기 하브루타 수업은 내용 공부하기→친구 가르치기→배우면서 질문하기→입장 바꾸기→이해 못한 내용 질문→쉬우르 등으로 진행된다. 넷째, 문제 만들기 하브루타 수업은 문제 만들기→짝과 문제 다듬기→모둠과 문제 다듬기→문제 발표→쉬우르 등으로 진행된다.
끝으로 하브루타와 소크라테스의 질문법과 기존의 토론 및 디베이트와 차이점을 살펴본다. 소크라테스의 질문법은 교사와 학생 사이에서 단일적으로 이루어지나 하브루타는 학생과 학생 사이에서 전체적으로 일어난다. 또 디베이트는 엄격한 규칙이 있으며 경쟁에 목적이 있으나 하브루타는 화합과 상생 및 소통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한국에서 가장 이해하기 힘든 것은 교육이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한국 학생들은 하루 10시간 이상을 학교와 학원에서 자신들이 살아갈 미래에 필요하지도 않을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는 우리의 교육방법은 삶과 유리되어 대입합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 이외에 어떤 가치도 발견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교육이 바뀌기 위해서는 학교가 바뀌어야 하고 학교가 바뀌기 위해서는 교사의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 결국 교사 중심의 모더니즘적 일제식 수업에서 탈피하여 학생중심의 포스트 모더니즘적 질문과 대화 중심의 하브루타식 수업으로 변화가 요청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