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7년 3월 14일
얼마 전에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후보 검증을 놓고 시끄럽더니 요즘은 경선 방안을 두고 후보자들이 서로 얼굴을 붉혀가며 날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방안만이 선(善)이라는 양 목소리를 높이는 꼴들이 측은하기까지 하다.
올 12월 19일 치러질 제17대 대선의 초반 흐름은 단연 한나라당의 독주다. 현재 여권은 갈래갈래 나뉘어져 있는 가운데 뚜렷하게 떠오르고 있는 후보가 없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전 시장과 박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 3명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며 판세를 장악하고 있다. 지금 선거를 치른다면, 한나라당 후보의 승리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후보자들 간에 경선 규칙을 둘러싼 상호비난이 날로 격화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같은 연유에서다.
당 경선만 통과하면 대선 승리는 따 놓은 당상처럼 여기고 후보자들이 저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안을 고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금도는 지켜야 하지 않는가.
선거인단 규모와 시기 등 경선 규칙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수 있도록 공정하게 정해야 한다.
후보자 개개인의 유불리에 따라 조변석개(朝變夕改)할 사안이 아니다. 그런데도 각 후보 진영에서는 시기를 늦춰서는 안된다, 선거인단 규모를 늘릴 필요가 없다, 나아가 경선에 불참하느니 탈당할 수도 있느니 상대방의 양보를 강요하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나 아니면 안된다는 오만한 행태다.
명색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경선 방안 하나 제대로 합의하지 못하고서야 무슨 염치로 국민들에게 표를 달라고 할 것인가.
그런 후보들이 있는 정당을 누가 지지하겠는가. 많은 국민들이 참여정부의 실정(失政)에 신물이 나서 한나라당 후보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기대는 차기 대통령은 반드시 한나라당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과는 별개다.
한나라당 후보라고 국민들이 무조건 표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만저만 큰 오산이 아니다. 오만은 자멸(自滅)을 부를 뿐이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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