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지역 곳곳 멧돼지 출몰 논·밭 초토화
군, 오는 11월부터 순환수렵장 운영키로

▲ 충북 옥천지역에 멧돼지와 고라니 등 야생동물에 의한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안남면의 한 고구마 밭이 멧돼지에 의해 쑥대밭으로 변했다.

[옥천=충청일보 이능희기자] 충북 옥천군 안남면 조모씨(64)는 밭에만 가면 화가 난다.  밤새 멧돼지들이 떼 지어 내려와 농작물을 파헤쳐 피해를 입혔기 때문이다. 조씨의 고구마 밭은 마치 폭탄을 맞은 것처럼 난장판으로 변했고, 뿌리 채 뽑힌 줄기는 말라버려 수확은 기대할 수 없다.
 
콩밭 역시 고라니가 망쳐버려 거의 수확을 하지 못했다.
 
조씨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멧돼지 피해를 막고자 밭 주변을 그물망으로 둘러쳤지만 헛수고였다"며 "아예 농사를 포기해야 할 처지"라고 하소연했다.
 
안내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모씨(75)는 인근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가 논  벼를 파헤쳐 놓을까 밤잠을 설치고 있다.

논두렁에는 어른 주먹만한 멧돼지 발자국이 곳곳에 남아 있어서다.
 
폭염 속에 힘겹게 키워온 벼가 추수를 앞두고 있어 더 답답한 마음이다.
 
이씨는 "최근 논에 멧돼지가 출몰해 논바닥을 헤집고 다니면서 벼를 훑어 먹거나 쓰러뜨려 놓았다"며 "이 상태라면 수확할 벼가 남아날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수확기를 맞아 옥천지역 곳곳에서 애써 가꾼 농작물을 싹쓸이하는 야생동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옥천군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현재까지 야생동물 피해 신고건수가 72건이나 된다. 지난 한해 37건을 훌쩍 뛰어넘었다.
 
야생동물 보상금도 지난해 1년 동안 2110만원에서 올해는 지난 7일까지 2274만3000원에 달하고 있다.
 
이 처럼 피해건수와 보상금이 늘어난 것은 이 지역 대부분이 대청호 수변구역으로 야생동물들의 번식과 서식환경이 좋아 멧돼지, 고라니 등 야생동물 개체수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간 보상에서 제외됐던 농작물 총 피해면적 100㎡ 미만, 총 피해금액 5만 원 미만 농가도 대상에 포함된 것도 한 요인이다.
 
유해 야생동물 피해 자율구제단이 지난해 고라니와 멧돼지 등 5126마리를 포획했고, 올해는 최근까지 2865마리를 퇴치했으나 농작물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옥천군은 야생동물로 인한 농작물 피해 방지와 적정 개체수 유지를 위해 오는 11월 20일부터 순환수렵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순환수렵장 운영을 통한 야생동물 개체수를 조절하고 야생동물로 인한 피해를 입는 농민들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려 효과적인 피해예방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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