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김영란법 28일 시행 (1)달라지는 풍경
추석 맞아 공직자·대기업 등 변화 감지
고가 선물세트 매출, 지난해보다 급감
추진 과정에서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
법이 시행되면 공직자와 언론사·사립학교·사립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은 직무와 관련된 사람으로부터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이나 5만원 이상 선물, 10만원 이상 경조사비를 받으면 과태료 부과 등 처벌을 받게 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직무 관련 청탁·금품 수수 등 부정적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마련된 김영란법은 아직 구체적인 사례 등에 대한 해석이 모호해 현장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충청일보는 3회에 걸쳐 김영란법 시행을 앞둔 지역사회 분위기와 준비 상황, 업계에 미칠 파장 등을 점검한다.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김영란법이 추석 명절 풍경도 확 바꿨다. 아직 법이 시행되지 않았는데도 공직사회와 기업계 등에선 '선물 덜 주고 안 받기' 등 눈치 보기에 들어갔고, 유통업계 매출도 김영란법의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18일 롯데마트에 따르면 7월 25일부터 지난 12일까지 추석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약 1.4% 증가했다. 전체 매출만 보면 김영란법 영향을 비껴간 듯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전체적인 매출 신장 속에서 주로 고가의 가격대에 형성된 축산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9.8%나 하락했다. 반면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과일(9.2% 상승), 생활용품(3.6% 상승), 가공식품(1.3%) 등이 매출 신장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고가 선물세트의 매출 하락은 유통업계 전반에 걸쳐 비슷하게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에게 주로 선물을 보내던 기업체 등의 구매경향 변화가 주효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충북 청주에 있는 한 대기업 계열사는 올 추석을 앞두고 유관기관 등에 보내는 선물 가격을 5만원 이하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에는 10만원 이상 고가의 선물이 많았지만, 단번에 가격대를 절반 이상 줄였다.
해당 기업 관계자는 "아직 김영란법은 시행되지 않았지만, 선물을 받는 분들도 그렇고 회사에서도 고가의 선물을 주고받기는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적용을 받는 쪽에서는 더 적극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충북지사는 이달 초 '마음만 고맙게 받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청렴스티커를 제작·배포했다. 명절기간은 물론 각종 업무 처리 과정에서 혹시나 오갈 수 있는 선물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농협중앙회 충북지역본부는 추석을 앞두고 '선물 반송센터'를 운영했다. 센터에 접수된 선물 반송 건수는 '0건'이다.
이에 대해 농협 관계자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철저하게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을 실천하고 있는데다, 올해는 외부에도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적극적으로 홍보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공무원 행동강령 등으로 선물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던 공직사회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한층 더 몸을 사리고 있다.
충청지방우정청에 따르면 공공기관 등으로 발송되는 택배 중 실·과 등 사무실 전체로 보내지는 물량은 평년수준을 유지했지만, 개인에게 발송되는 물량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무원들이 많이 입주한 세종시 신도심 지역에서는 일부 수취 거절 사례도 있었다.
명절마다 공직기강 감찰을 벌였던 충북도 역시 올해 추석을 전후로 5개반 23명으로 감찰반을 편성, 한층 강도 높은 감찰을 진행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아니더라도 선물을 받는 행위에 대해 감찰을 벌여왔지만 올해는 '시범케이스'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더 꼼꼼하게 살피고, 직원들에게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공직사회나 언론, 사립학교 등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들 사이에서는 올 추석에 일정 부분 체감을 했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더욱 '썰렁한 명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기업 관계자는 "이번 추석은 그래도 법 시행 전이어서 관행대로 선물을 보냈다"며 "김영란법 대응 매뉴얼이나 구체적 사례 등이 나오는 내년 설부터는 관행이 180도 바뀌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