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고교 72%, 학습 중단 지시 무시
도교육청, 매뉴얼도 형식적… 늦장 개선

[충청일보 김규철기자] 경북 경주에서 강진 발생 당시 충북도내 일부 학교에서 대피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교사가 욕설을 했는가 하면, 상당수 학교가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더욱이 충북도교육청이 갖고 있는 지진발생시 대응 매뉴얼도 형식적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2일 경북 경주에서는 오후 7시44분에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한데 이어 8시32분에도 또 다시 규모 5.8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 피해가 속출했다. 

충북도내에서도 몸이 약간 흔들릴 정도의 지진이 느껴졌으며 청주기상대는 청주지역에 진도 5.0의 지진이 감지됐다고 밝혔다. 갑작스런 지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서둘러 귀가를 했고, 가족들에게 안부전화를 거는 등 한동안 지진공포에 떨었다.

이렇게 대부분의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던 이 시각, 때마침 야간자율학습 중이던 일선 고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교사들에게 "대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가 묵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주시 상당구 G고교 모 교사는 대피여부를 묻는 학생들에게 "지진이 발생하든지 말든지 너희들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했는가 하면 C고교에서는 대피를 하기 위해 교실 밖으로 나간 학생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면서 교실로 돌아올 것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충북도내 모 대학 교수는 수업 중단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에게 "인명은 재천"이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C고교 학부모 박 모 씨(41·청주시 상당구)는 "아무리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지만 학생들이 불안해하면 심리적 안정을 느낄 수 있도록 교사들이 도와줘야지, 반대로 학생들에게 욕설을 하는 것은 교육적 측면이나 안전의식 면에서나 모두 잘못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충북도교육청은 지진 발생 후 2시간여가 지난 오후 9시30분에서야 중등교육과장이 관계자들에게 도내 모든 고교에 자율학습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귀가하도록 지시했고, 이로부터 20~40분 뒤부터 전화 또는 문자로 연락을 시작해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교육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도내 83개 고교 중 27.7%인 23개교만 야간자율학습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귀가시켰으며 나머지 60개 고교(72.3%)는 도교육청의 지시도 무시한 채 야간자율학습을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충북도교육청의 '2016. 충청북도교육청 안전관리 세부집행계획'에는 유사시 부서별 역할은 정해놓았으나 사고 발생시 최소 소집 시한을 정해놓지 않았는가 하면 문자메시지 등 SNS를 사용할 수 없을 때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학교 내 체계적인 안전교육실시', '체험위주의 교육훈련을 통한 위기대응 능력 체화'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삼았으나 이번 지진발생시 모두 형식적인 것으로 밝혀졌다.

도교육청은 이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진도 5.0 이상의 지진 발생할 때에는 30분 이내에 안전책임관인 교육국장 주관으로 관계부서장이 참여하는 '상황판단회의'를 소집해 학교 및 산하기관에 긴급대피 및 초기 대응을 조치하도록 하고, 학생이 학교에서 교육활동을 하는 경우 학교장 중심으로 신속한 '상황대책회의(교무회의)'를 개최해 휴업, 휴교, 조기 귀가 등의 조치를 신속하게 결정하도록 하는 등 개선책을 마련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사용해온 매뉴얼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보완작업을 하는 과정 중에 지진이 발생했다"며 "더욱 안전한 학교현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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