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일보 사설] 여럿이 모여 사는 아파트(공동주택)에 대한 자치단체의 감사가 활발하다. 일부 아파트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관리비 징수·집행이나 보수·수선 업체 선정, 물품 구매 등에서 쉼 없이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입주자 간 갈등의 골이 파이고, 공동체 생활에 금이 가는 것에 대해 자치단체가 실태 확인에 나서는 것이다. 충청권에서는 관련 조례가 만들어진 충북 청주와 세종시에서 상대적으로 활발하다.
청주시는 조례 제정 이후 첫 감사를 이달 9일까지 가졌다. 애초 5~7일 사흘간 하려 했지만, 현장에 직접 나가 들여다보니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어 기간을 연장했다. 시는 감사 결과 횡령 같은 악성 비리는 사법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고, 절차상 행정적으로 미비한 건 공람 등을 통해 재발 방지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 감사는 입주자가 신청한 것이지만 이보다 앞서 300가구 이상 사는 아파트면서도 규정에 따른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은 곳의 감사는 있었다. 그 결과 입주자 규모가 큰 굵직한 3개 아파트에서만 17명을 수사 의뢰, 이 중 1명이 구속되고 1명은 수배됐다. 3명을 자격정지 시켰고, 1명은 검토 중이다.
최근에는 2개 아파트를 실태 조사한 결과 32건의 위반 사항을 적발했다. 지침을 따르지 않고 수의계약을 하거나 잡수익을 입주자대표회의가 마음대로 쓴 것 등이다. 청주시는 다음 달까지 매주 1곳꼴로 6개 아파트에 현미경을 들이밀 계획이다. 이 가운데 2곳은 입주자들이 직접 감사를 신청한 아파트다.
세종시는 지난 7월 역시 조례가 만들어진 뒤 처음 감사를 시행했다. 해당 아파트는 현 시장이 사는 곳이라 더욱 관심을 끌었는데 회계 처리 미숙과 장기수선계획 미조정 같은 잘못이 적발됐다. 보수 업체 선정 과정에서 규정에 어긋난 행위도 빠지지 않았다. 지적된 게 모두 15건으로 부과된 과태료만 700만 원이다. 과태료는 관리업체와 입주자대표회의에 각각 부과됐다. 세종시는 현재 7개 아파트의 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외부 회계감사를 받은 곳 중 한정의견이 나온 아파트들이다.
자치단체의 이 같은 아파트 감사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벽 하나를 사이에 놓고 지내는 이웃끼리 돈 문제, 시설 관리와 아파트 운영 등을 놓고 티격태격 다투는 것에 일종의 판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생활 영역으로 분류돼 규정된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적당한 관리와 절차에 의존하던 아파트들도 자치단체가 감사에 나서면서 혹시 뭔가 잘못이 있는 게 아닌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사후 수습책인 감사 이상의 예방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관리소장이나 입주자대표가 "너무 빡빡한 것 아니냐"고 불편한 소리도 하는 모양인데 공동생활을 하면서 이런저런 비리와 불법 의혹으로 시끄러운 것보다는 다소 번거롭고 거추장스럽더라도 제대로 관리 되는 아파트에서 사는 게 낫다. 아파트 관리 잡음도 생활민원인데 매일매일 얼굴을 맞대고 사는 사람끼리 이 생활민원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게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