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두꺼비 생태공원마을을 지나 구룡터널을 빠져나오면 우측으로 충북대학교 표지판이 보인다. 그 길을 따라 곧게 내려 달리면 충북대 정문과 가까운 우리 학교에 도착하게 된다. 9월 정기 인사에 의해 도청소재지 청주 시내 학교로 전근이 되었다.

 첫 부임하는 날 교직원들이 현관 밖에까지 나와 도열하여 환영해주며 축하 꽃다발을 건네주었고 곳곳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은 밝은 표정으로 아날로그 시절의 교정을 연출해 주었다. 안내를 받으며 조심스레 2층 교장실로 들어오니 알맞은 크기로 아담했고 우선 현관 베란다로 통하는 문이 있어 나가보고 정말 놀라웠다. 장방형의 드넓은 운동장이 망망대해처럼 펼쳐있고 가을하늘 공활하게 나를 맞아주었다. 붉은 우레탄이 아닌 황토색 흙을 깔고 파란 하늘을 가득 안고 있으니 친근하고 가슴이 설레는 큰 감동이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이 저 운동장을 달리면서 꿈을 키우고 이 터에서 주고받은 사랑으로 일생을 행복하게 살아내기를 제일먼저 기원하였다. 교목인 반송이 자리한 앞 정원도 아주 넓어서 지역주민들이 밤마다 별을 보며 거닐 수 있고 과연 청주시에서 이리 넓은 교지를 차지하고 있으니 위치가 복대가 아닐 수 없다. 한자의 의미도 복 복(福)자에 돈대 대(臺)이니 이미 복이 깃들어 있고 늘 복이 생성되는 좋은 학교에서 근무하게 된 것이다. 영전이라며 축하꽃을 많이도 보내온 선후배 지인들에게 전화를 드리며 청와대 청남대 다음에 복대라고 유머를 날리자 과연 그렇다고 웃어주니 기쁨이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내게 교단생활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학교가 될 수도 있기에 나의 감상은 남다른데 근무처를 옮기는 영전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바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데 두고 있다. 제일 먼저 아이들 그리고 함께 일할 교직원, 자녀를 낳아 보내주신 학부모님들 사실 복대로 오기 전 나는 그들이 이 땅에 살고 있는지 어떤 모습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는데 영전을 통하여 그들과 생생하고 숭고한 첫 만남을 이룬 것이 아닌가!

 다이아몬드를 발견한 것처럼 아이 한 명, 교직원 한 사람이 신비스럽고 마냥 사랑스러운 것이다. 다만 그 만남이 복되고 보람이 깃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시인이며 사상가인 에머슨은 무엇이 성공인가 (What is Success?)라는 시에서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으로 천착하고 있다.

 영전은 부임지 위치나 자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 그 자체이다. 새 임지에 임한 충북교육가족들이여! 그대 영전의 길에 따뜻하고 거룩한 만남 있으라. 영전은 인간관계의 피어나는 꽃이며 우리가 오래 전부터 소망해온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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