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과일 공세에 수익성 악화
고령화로 농사 포기도 '한몫'
재배면적 급감… 20%나 폐원
손 덜 가는 작목으로 전환 늘어

[영동=충청일보 김국기기자] 국내 최대 포도산지 중 한 곳인 충북 영동·옥천지역 포도밭이 사라지고 있다.
 
19일 영동군에 따르면 지난 6∼7월 원예특작분야 FTA 폐업 신청을 받은 결과 725곳의 농가에서 302㏊(노지 271㏊·시설 31㏊)를 접수했다.
 
이 지역 전체 포도밭(1553㏊)의 19.4%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 지역 포도 재배면적은 전국의 11%, 충북의 69.4%를 차지한다. 전성기인 2010년 2222㏊에 비해 줄었지만, 여전히 경북 영천·김천과 함께 국내 3대 포도산지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포도밭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한·칠레, 한·미 FTA 체결 등으로 체리·망고·키위·멜론 같은 수입 과일의 공세가 커진 데다 일손이 많이 가는 작목이어서 농사짓는 게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영동포도연합회 오용은 회장은 "포도의 수익성이 떨어진 탓도 있지만, 고령화된 인구구조도 포도농사를 어렵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포도는 이른 봄 가지치기를 한 뒤 곧바로 나무껍질을 벗겨줘야 하고, 개화기에는 순을 따고 알을 솎은 뒤 봉지 씌우는 작업을 한다. 병충해를 막기 위해 4∼5차례 방제작업도 해야 하는 등 노동력이 많이 든다.
 
농민들은 "복숭아 등 다른 과일과 비해 2배 가까이 품이 드는 데도 수입은 이에 미치지 못하다"고 하소연한다.
 
이 때문에 농민들은 힘든 포도농사 대신 복숭아·자두·아로니아로 전환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인근 옥천군에서도 올해 140곳의 농가에서 49.6㏊(노지 32.8㏊, 시설 16.8㏊)의 포도밭 폐원을 신청했다.
 
이 지역 포도밭(230㏊)의 21.6%가 사라질 위기에 놓인 셈이다.
 
2004년만 해도 이 지역 포도밭은 786㏊였다. 그러던 것이 한·칠레 FTA 발효 이후인 2010년 590㏊로 줄고, 6년 만에 또다시 반토막났다.
 
옥천군 관계자는 "지금은 포도보다 복숭아 재배 면적이 더 많다"며 "포도의 수익성이 예전만 못해지면서 주산지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신청한 농가는 다음 달까지 심사를 거친 뒤 폐원절차를 밟게 된다. 3.3㎡당 노지포도는 5835원, 시설포도는 9015원의 폐원 보상금이 지급된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