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이달 들어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년도 생활임금 인상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생활임금이란 최저임금으로는 근로자의 교육 수요와 문화 욕구 같은 기본적 생활을 보장할 수 없어 이를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보장이다. 그래서 팍팍한 삶에 지친 열악한 임금 생활자들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내년에 인상되는 생활임금 시급은 적게는 7000원대에서 많게는 8000원대로 다양하다. 정부의 내년 최저임금이 6470원이니 이와 비교하면 부족하나마 반길 일이다.

생활임금이 우리 생활에 처음 도입된 게 2013년이었으니 13년이 됐다. 19일 현재 전국 244개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시행 중이거나 조례 제정, 입법 예고 중인 곳이 60곳을 넘는다. 근로자에게 최저 수준의 생활을 보장해준다는 취지인 만큼 앞으로 도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또 그리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엇보다 수혜 대상이 지방자치단체나 그 지방자치단체가 출자·출연한 기관의 비정규·기간제 근로자들로 공공 부문에 국한돼 있다. 더 많은 사람이 혜택을 받으려면 민간 부문으로 확산해야 하는데 강제성이 없다 보니 이게 여의치 않다.

관련 법률이 없다 보니 각 지방자치단체가 형편에 따라 조례를 만들어 시행하는, 말 그대로 불안한 제도 역시 문제다. 이 때문에 19대 국회에서 생활임금법이라고 하는 '최저임금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상정됐으나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됐다. 이런 민간 부문 제외, 법적 기반 미비 같은 한계로 극히 일부에만 혜택이 돌아가는 비정상적 제도라는 달갑지 않은 평이 뒤따르고 있다. 자치단체마다 저마다의 재정 사정에 맞춰 금액을 정하다 보니 또 다른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이라는 소리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를 보완키 위해 국가·지방자치단체와 조달, 용역, 공사 계약을 맺은 사업주에 고용된 근로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도록 하는 최저임금법, 국가계약법, 지방계약법 개정안이 20대 국회 들어 입법 발의됐다. 지방자치단체도 관심을 보여 경기도의회의 경우 생활임금 지급 대상을 기존 '경기도 및 경기도가 출자·출연한 기관의 소속 근로자'에 더해 '도 사무를 위탁받거나 도에 공사, 용역 등을 제공하는 기관 및 업체 소속 근로자'로 확대하는 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모두 민간으로까지 그 범위를 확대하려는 취지다. 경기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연정(聯政)의 우선 과제로 추진키로 집행부와 협의를 마친 상태고 2019년까지 지급액을 1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침까지 세웠다.

충청권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본청)와 대전 서구, 유성구가 시행 중이고 충남에서는 아산시가 올해 도입한 데 이어 도(본청)와 천안시가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아쉽게도 충북에서는 도(본청)와 11개 기초자치단체 모두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충북도는 올 7월 있은 도지사 공약 이행 평가에서 충북 형 생활임금 보장을 '미흡'으로 분류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특히 충청권 지방자치단체의 더욱 적극적인 도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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