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르벨 바르데츠키·아이즈베리
獨 최고의 심리치료사 배르벨 바르데츠키
자존감 부족·대인관계 장애 등 극복 조언

[충청일보 오태경기자] 전 세계 베스트셀러 '따귀 맞은 영혼',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나는 유독 그 사람이 힘들다'의 작가이자, '상처받은 마음'을 전문적으로 치유해온 독일 최고의 심리치료사 배르벨 바르데츠키.

이 책은 바르데츠키가 독일 그뢰넨바흐 심인성질환 전문 병원에서 10여 년간 각종 심리장애와 중독증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임상사례 수천 건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여성들이 흔히 겪게 되는 심리문제를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 '여자의 심리학'의 개정판이다.

이 책은 바르데츠키의 주요 연구 분야인 나르시시즘 문제 중에서도 여성들만의 독특한 나르시시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책으로, 학계와 출판계에서 '여성적 나르시시즘'의 고전으로 평가받는 책이다.

바르데츠키는 폭식증, 거식증 등 각종 섭식장애를 비롯해 사람, 알코올, 약물 등 다양한 중독 증세를 보이고 있는 여성 환자들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내면에는 자존감 부족과 대인관계 장애라는 두 가지 근본적 문제가 있음을 밝혀낸다.

놀라운 점은 해당 환자들이 섭식장애나 중독 등의 문제를 제외하면, 다른 외적인 모습에서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활달하고 당당한 태도, 뛰어난 업무성과, 잘 관리된 외모 등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여성들을 면밀히 관찰하고 상담해보면, 이들의 내면은 '결코 괜찮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완벽주의, 화려한 외모, 당당하고 자존심 강한 모습 뒤로, 낮은 자존감, 불안정한 대인관계,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를 방황하는 마음 등 극과 극을 오가는 불안정한 심리가 감춰져 있다.

이 여성들은 자신감과 우월감에 한껏 도취되다가도, 한편으로는 작은 비판이나 거부에도 쉽게 상처받고 자기비하와 열등감에 빠지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남들로부터 사랑받고 인정받길 갈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초라한 자신의 본모습이 드러날까 봐 전전긍긍한다.

한마디로 이들은 '화려하거나 초라한' 혹은 '완벽하거나 쓸모없거나'라는 두 가지 극단적인 심리에 휘둘리며 내면의 중심을 찾지 못한다.

인간관계 문제에 있어서도 극과 극의 행동 패턴을 보여준다. 혼자 있을 때는 주변의 도움이 전혀 필요 없을 것처럼 과도하게 독립적으로 굴다가도, 관계가 깊어지면 상대방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바르데츠키는 수천 건의 심리치료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심리 및 행동 문제가 결국 '여성적 나르시시즘'의 문제에 근거한 것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가 어떤 인생 경험과 상처에서 비롯되는지, 어떤 방식으로 치유하고 극복될 수 있는지를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뤘다.

바르데츠키는 내담자들의 다양한 치유 사례를 들며, '여성적 나르시시즘'과 거짓 자아에 휘둘리는 여성들이 진정한 자아를 되찾고 자존감과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런 심리 문제는 어린 시절 부모형제와 형성한 애착관계, 유년기의 심리적 상처, 오랫동안 고착되어온 잘못된 사고와 행동 패턴에 근거한다.

따라서 나르시시즘 문제를 겪는 여성들은 비록 괴롭더라도 제대로 소화되지 못한 채 거북하게 남아 있는 이런 과거의 경험들을 되짚어보고, 다시 제대로 '소화' 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 중에서도 첫걸음이 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잘못된 인식의 전환'이다. 자존감이 낮은 여성, 나르시시즘 문제를 겪는 여성들은 외모, 성과, 평판 등에서 '특별한 나', '특별한 배우자'의 모습을 갈구하며, 이를 성취해낸 우월감으로 보상받으려는 심리가 있다.

이런 우월감의 강박관념을 떨치려면 '특별한 존재'가 아닌 '평범한 존재'로서의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이 필요하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여주고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는다면' 거짓 자아에 자신을 맞추려 지나치게 애쓰고 우월감을 쫓는 강박관념을 어느 정도 떨쳐버릴 수 있다.

극단적 자기비하의 감정에서 벗어나려면, '사회나 주변에서 요구하는 무엇'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진정한 욕구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성적 나르시시즘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시선'은 늘 외부를 향해 있고, 그런 기준으로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제어한다. 따라서 자기 자신의 진정한 욕구나 감정에 무지하기 쉽고, 진정한 자기 욕구나 감정을 인지하더라도 외부의 기준에 맞지 않을 경우 쉽게 수치심을 느낀다.

이런 여성들은 "나는 내 감정을 느낄 권리가 있고,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으로 존재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저자는 이런 권리를 인식하는 것이야말로 자존감이 낮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남들이 그러기에 앞서 자신이 먼저 스스로의 당연한 권리를 박탈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권리를 제대로 인식하기만 하면 이들은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대할 수 있고, 자기 의견을 고수할 힘도 얻게 된다.

저자는 이밖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자신을 수용하고 긍정적 자기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조언한다. 또한 여성적 나르시시즘 환자들이 자신의 몸을 '완벽한 외모와 우월감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써, '얼마든지 조종 가능한 도구'로써 평가절하하거나 학대하는 태도를 버리고, 자신의 몸을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들도 조언한다.

이렇듯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자기 자신을 온전하게 받아들이는 방법들을 조언함으로써 바르데츠키는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앓는 수많은 현대 여성들이 안정된 자존감과 인간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1만 5000원. 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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