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금속활자 본(本)의 원조인 직지(直旨)로 세상을 깨운 청주, 그 창조가치를 세계화하기 위해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까지 승화시킨 시민들, 책과 함께 성장을 뽐낼만하다. 엄마 지침서인 태교신기(胎敎新記) 저술은 물론 고려 때 중국 고전의 금언(金言)·명구(名句)를 편집하여 만든 명심보감(明心寶鑑)까지 청주에서 인쇄했다는 뿌듯함도 연계돼 있다.

 그런 역사를 배경으로 아이가 태어나면 책 꾸러미 선물과 함께 독서 문화서비스가 시작된다. 11개 공공도서관 및 120여 작은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운영해 '평생 책 읽는 시민'이 된다. 특히 올해 열 번째인 '1인 1책 펴내기' 사업은 출판비용 일부를 지원해 소중한 자기 책을 만드는 수범 사례여서 벤치마킹하려는 다른 지자체 눈길이 뜨겁다. 덕분에 필자의 4학년짜리 외손녀도 주말이면 가족과 함께 시립도서관 출입에 빠지는 '책벌레' 별호가 붙었다. 개인이나 조직의 성장판, 독서만큼 무한한 힘은 없다. 

 필자의 소년시절, 헤진 소설책이나 명랑만화 몇 권 마을에 들어오면 횡재한 마음으로 밤새워 읽던 기억은 생각할수록 신비스러울 정도였다. 어디 그뿐이랴. 한사람이 흥을 돋워 실감 있게 낭독하면 사랑방에 가득 모인 사람들 눈은 밤이 깊어갈수록 반짝 빛났다. 한때는 인재 양성의 출발이 곧 독서란 공식아래 학교마다 건물 중심에 도서관(실)을 배치하고 그것도 모자라 학급마다 이동도서실을 꾸며 5~10분독서와 필독 및 권장도서를 정해 독후감 발표나 독서토론으로 마무리하는 특화사업에 전력질주였다.

 요즘은 어떤가? 실시간으로 볼거리, 들을거리, 읽을거리, 즐길 거리와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정보 앞에서 활자마저 기운을 잃었다. 그야말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 손가락 운동이 대세다. 젖먹이들까지도 유모차에 누워 귀신처럼 인터넷 접속을 해대니 헷갈는 게 어디 그 것뿐일까.

 독서량이 많은 사람일수록 마르지 않는 샘처럼 소통에 능하다. 어휘가 늘어나니 자신감이 생겨 대화 창출을 선도하게 된다. 학교와 지역사회 도서관이 첨단화되고 비치된 장서 역시 비교적 풍부한 편이어서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독서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책은 사람이다. 그리고 사람의 일생이다. 또한 미래다" 청주시 1인1책 전시회 주제처럼 평생을 밝히는 으뜸순위, 청주시민의 성장 동력에 박수를 보낸다. 청주 대표브랜드로 굳히려면 '시민 모두, 책에 빠지게 하는 방법'밖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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