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청일보 사설] KTX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는 충북의 반발 기류가 갈수록 세지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가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민(民)·관(官)·정(政)이 뭉쳐 지역 현안 타결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자치단체에서는 그동안 예산 문제로 선뜻 나서지 못했던 오송역 주변 개발 투자 계획을 밝히며 이 같은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충북이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는 주된 이유는 신설 계획 자체가 충청권이 함께 발전하자는 공조 약속을 깨는 것이라는 상징성 위배, 기술적으로 설득력이 없는 무리한 사업, 그로 인한 오송역 위축과 주변 개발 침체 우려 등이다.
충북 청주시는 그동안 충북도의 사업 참여 권유에 난감해했던 오송 기업전시관 건립에 참여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사업비 부담 때문에 부정적 견해였으나 세종역 신설 움직임이 전해지면서 오송(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방향을 튼 것으로 알려졌다. 오송역이 활성화돼야 세종역 신설 주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물론 화장품 산업 집약지로 오송이 규제 프리존(Free Zone)으로 선정될 경우 국비 지원 가능성이 열리면서 예산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지만, 기본적인 입장은 세종역 신설 목소리를 잠재울 수 있는 오송(역)개발이다. 청주시는 곧 충북도와 440여억 원(국비 지원 제외)이 들어갈 이 사업을 협의할 예정이다. 세종역 신설 반대에 행정력을 집중하는 충북도 입장에서는 천군만마(千軍萬馬)를 얻는 것 같은 화답이다.
충북도의회와 청주시의회도 가만있지 않았다. 각기 상임위원회 건의문 채택과 기자회견을 하고 충청권 공조를 해치고, 실효성 없는 세종역 신설 움직임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충북도의회 상임위원회 건의문은 오는 14일 본회의에서 처리된 뒤 청와대와 국회, 국토교통부, 세종시 등에 보내질 예정이다. 충북도는 이에 앞서 10일 철도시설공단에 세종역 신설 타당성 용역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균형발전지방분권 충북본부 역시 11일 지역 정치권의 침묵을 비난하며 용역 저지 같은 적극적 행동을 주문했다.
세종역 신설 계획에 대한 반대 기류가 형성되면서 기술적 타당성 외 이면을 꼬집는 질타도 이어지고 있다. 지역 교통 수요 충족이라는 건 겉으로 내세우는 이유일 뿐 실제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공무원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공무원 민원 해결에 500억 원이라는 나랏돈을 쓴다는 얘기인데 민·관·정협의체 대책회의에서도 이런 지적이 나왔다.
세종역 신설은 충청권 공동 발전을 막아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목표로 조성된 세종시의 위상을 스스로 추락시킨다는 것, 사업 계획 자체가 기술적으로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것, 주변 자치단체와 동반 성장을 꾀하기로 한 약속을 저버린 세종시만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은 일리 있고 그에 따라 반대 운동을 벌이는 것 또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려면 우선 충북 내부에서 정파와 계층을 떠난 공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게 좀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 아울러 민·관·정협의체에 보다 전문적이고, 실무 능력 있는 인사의 참여를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