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동치미 담그는 날 / 잘 생긴 무우를 골라 / '가을 인삼'이라며 / 입가가 벌겋도록 먹게 하고 트림을 막던 어머니 / 숨 멈추고 참다 참다 / '그 윽' 효험은 멀어지고… / 트림해라, 트림하지 말아라 / 첩약도 알약도 아닌 것으로 / 보약을 주셨다 /
필자의 시 <트림>이다. '새끼 있는 어미 건드리지 마라' 어미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자녀야 말로 부모의 전부다. 행동과 말투는 어른 뺨치게 조숙하지만 여물지 않은 아동·청소년을 일컬어 '어른이'란 신조어를 쓴다. 기성세대는 형제나 친구와 어울려 다투고 화해하며 문제해결 능력까지를 서서히 갖추며 컸다. 요즘 아이들은 단단하게 자신을 숙성하는 과정을 건너 뛰다보니 예상외로 좌절의 충격이 크다. 배움에도 시기와 순서가 있는 법, 그렇게 성장한 아이여야 어떤 상황에서도 일어설 수 있다.
대부분 농·산촌 소규모학교의 경우, 인간의 행복을 생활 그 자체로 담은 소박함 덕분에 '인성교육'이니 '더불어 사는 삶'을 새삼스럽듯 주제로 올려 덧칠할 필요조차 없다. 공해라곤 끼어들 틈 없는 자연까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활동 파트너여서 인성의 축으로 굳어짐을 느낀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2012년 6월 일찌감치 충북도의회가 전국최초로 농·산촌지역 소규모 학교 활성화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조례안에는 교육감은 학생 수 60명 이하나 6학급 이하인 소규모 초·중학교에 대해 특성화된 교육 프로그램, 교육복지 및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사업을 지원하여 적정규모로 일어설 수 있도록 담았다. 교장은 공모제로, 교사는 희망교원 우선 배치 등도 주요 내용이다. 그러나 각종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학생 수 감소에 따른 교육 폐해는 아이들 몫임을 어쩌랴.
"통폐합으로 받는 금전적 인센티브보다 학교 존립이 더 중요하다"며 지역의 구심점으로서 학교가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워 발끈하지만 진정한 학습권이야 말로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교육환경과 정상 교육과정, 그리고 적당한 경쟁을 심어준다. 사람은 대부분 관계 속에서 살아갈 힘을 얻어 숙성되지 않던가.
통합의 절실함을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명분 없는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 외형적인 화려함보다 내실에 학생들이 모인다. 물론, 학생 수나 경제적 이익만 따져서만이 아니다. 도내 최초의 기숙형으로 속리·내북·원남중을 통합한 속리산중학교 사례는 전국적인 스타덤에 올랐다. 학부모 재정부담 경감, 다양하고 풍부한 교육 프로그램 덕분이다.
'통·폐합'이야말로 시대적 요구다. 추산초등학교와 목도초등학교가 자율 통·폐합으로 단양소백산중은 가곡·단산·별방중학교 3개교를 통합해 내년 3월1일자 제2의 도약에 분주하다. '나보다 우리', '아이들 미래'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검증된 소규모학교 통·폐합 성공 프로젝트, 이제 파급을 서두를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