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권 시내버스 비상장비 확인해보니

▲ 지난 14일 충청일보 취재진이 충북 청주권 시내버스 10대의 비상용망치 구비 여부 등을 확인한 결과, 10대 중 6대는 법적 개수인 4개를 모두 설치하지 않은 상태였다. 비상용망치를 넣어두는 소켓만 있을 뿐 내용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손인빈기자

관리 부재로 후방 양측 창문 쪽 비어 있어
소화기 위치 제각각… 기사 교육도 소홀
운전석에 안전벨트 없는 차량까지


[충청일보 신정훈·손인빈기자] "비상용망치요? 학생들이 훔쳐가서 채워놓아도 소용없어요."
 
승객의 생명을 담보로 운전하는 버스기사의 무책임한 답변이다.

최근 경부고속도로 관광버스 화재로 승객 10명이 숨진 가운데 사고 당시 버스 내부의 전등이 모두 나간 탓에 구비돼 있던 비상망치와 소화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충청일보 취재진은 지난 14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동안 충북 청주권 시내버스 10대를 타고 법적 의무 규정인 차량 탈출시 사용하는 비상용망치 및 소화기 구비 여부와 적정한 위치에 설치했는지 등을 살펴봤다.

이날 취재진이 확인한 시내버스 10대 중 6대는 현행법인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규정돼 있는 구비해야 할 비상용망치 4개가 모두 존재하지 않았다. 비상용망치가 절반인 2개 뿐인 버스도 여러대 있었다.

비상용망치는 버스 출고 단계부터 ①기사 운전석 ②앞 출입문 ③∼④후방 양 측 창문 등 4곳에 설치돼 있어야 하는데, 비상장비 관리 부재 탓으로 후방 양 측 창문 쪽이 비어 있었다.

이에 대해 버스기사들은 비상용망치 분실 사례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채워 놓아도 오래가지 못한다고 해명하기에 급급했다. 그나마 소화기 2대는 모든 버스에 설치돼 있었지만 위치는 제각각이었다.

법적으로 소화기 등 비상장비의 위치를 정확히 명시한 것은 운전기사들은 물론 승객들에게 각인시켜 위급상황 발생시 이를 찾기 위한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다.

제각각인 소화기 위치조차 운전기사들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버스 내 정해진 곳에 없는 소화기의 정확한 위치를 물어보자, 기사는 "소화기는 아마 1개가 있을 걸요"라며 어물쩡 넘기기도 했다.

이는 버스회사 자체적으로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1년마다 정기적으로 하는 의무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운전기사들의 안전의식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안전벨트 착용 여부도 확인한 결과, 10명 중 6명은 미착용 상태로 운전했다. 심지어 운전석에 안전벨트 자체가 미설치된 버스도 있었다.

청주권 시내버스회사의 한 관계자는 "회사 자체적인 안전장비점검은 이뤄지고 있으나 주로 버스기사의 보고에 의한 점검이 주가 된다"며 "분실된 물품에 대해 기사의 충당 요청이 없으면 2~3일 가량 분실된 상태로 유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장비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육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다수를 상대로 하는 교육이다보니 기사마다 일일이 각인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이번사고와 관련, 버스에 비상구를 확보할 것과 유리를 깨는 비상탈출용 망치에 형광테이프를 부착하는 등 개정안을 올해 안으로 마련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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