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김기형 김천대 교수]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고 산행의 계절이다. 한 여름의 뜨거운 햇빛 아래서 구슬땀을 흘리며 열심히 일을 했기에 가을 수확은 모두에게 소중하고 값진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들뜬 기분으로 가을 정취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 대학의 가을은 쓸쓸하기만 하다. 낙엽이 떨어져 버린 나무를 휘감은 아침 안개의 묵직함에서 오는 낭만적인 쓸쓸함이 아니라, 우리 자녀들이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음으로부터 오는 쓸쓸함이다.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은 마땅히 취업할 곳이 없어서 한숨을 쉬고 있고, 취업시장에서 신선함을 잃지 않기 위해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휴학을 한다. 우리 사회는 대학 졸업자의 40퍼센트 이상이 취업을 하지 못하는 광경을 보고 있다. 자신을 더욱 발전시켜 사회가 필요로 하는 사람으로 성장하여 사회 속에 당당히 들어가려는 디딤돌이라고 여겼던 대학이 이제는 직업 전선으로 들어가려는 대학 졸업생들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고교 졸업자의 30퍼센트 정도만이 대학에 들어가 이 졸업생들이 전문직에 종사하고 70퍼센트는 자신에게 맞는 기술을 배우기 때문에 직업 시장에서 인력 공급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게 된다고 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한민국은 고교 졸업생의 70퍼센트가 대학에 진학한다. 그리고 그 대학 입학생의 60퍼센트 정도가 취업에 성공한다. 어마어마한 대학 진학률의 배후에는 수도 없이 많은 대학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해결책은 대학을 줄이는 것이다.

 정부에서 대학을 여러 지표로 평가한 후 대학의 등급을 부여해서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대학은 입학 정원을 줄이고 계속 최저 등급을 받은 대학은 퇴출시키는 것이다. 좋지 않은 평가를 받은 대학들은 정부를 원망하기도 한다. 대학생들은 자기들이 다니는 대학교가 낮은 평가를 받게 되면 혹시 학교가 폐교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한때 대한민국의 대학들은 한국 경제 발전에 필요한 양질의 인력을 공급하는 건강한 조직이었다. 그러나 지금 청년실업문제와 관련된 해결 방법을 보면 대학은 실업자를 양산해내는 무책임하고 무능한 조직처럼 보인다.

 하지만 청년실업문제의 원인을 대학의 과도한 수에서만 찾아 대학 구조조정이라는 장치로 대학의 수만을 줄이려는 것이 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결책일까? 청년실업문제의 원인은 취업시장에서 원하는 인력을 대학에서 공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학은 중소기업과의 적극적인 산학협력체제를 구축하여 기업에서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야 한다. 대학은 경직된 교육과정에서 현장 실무 중심의 탄력적인 교육과정으로 시급히 전환해야 하며 정부는 대학의 교육과정 개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대학을 지원해야 한다.

 물론 청년실업문제에 대해 대학에게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실업문제 원인을 단순하게 파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청년실업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중심에는 대학의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대학은 자신의 틀에만 갇혀 있지 말고 사회의 의견을 경청하고 변화하는 시대를 읽고 그에 대응해야 대학생들과 사회를 이어주는 예전과 같은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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