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정치부장(부국장)] 충북도의회가 요즘 의장 불신임안 문제로 시끄럽다. 후반기 의회가 개원한 지 불과 두세달만에 불신임안 제출이 세 번이나 이뤄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역사적으로 충북도의회는 국내 정치 상황에 맞물려 고통의 시간을 겪었다.

지금으로부터 64년 전, 1952년 5월29일 1대 도의회가 개원했다. 6,25 전쟁이 1950년에 발발해 1953년7월27일 정전 협정이 체결되기 1년여 전이니, 충북도의회는 '전쟁 중 태어난 아이'다. 충북도의회는 전쟁통에 탄생했지만, 꿋꿋이 명맥을 유지하며 그 명예를 지켰다.

그렇게 충북도의회는 1960년까지 4년씩 3대 의회까지 개원했다. 하지만 5·16 혁명을 일으킨 군사혁명위원회가 3대 의회가 개원한 이듬해인 1961년, 지방의회 해산 포고령을 내리며 충북도의회는 해산됐다. 그 뒤로 30년간 충북도의회는 마치 냉동인간이 돼 버린 것처럼 깨어나질 못했다.

그러다 1991년, 지방자치가 부활하면서 충북도의회는 그 해 7월8일 4대 의회를 개원했다.그렇게 시작된 충북도의회의 역사는 지난 2014년 10대 의회 개원까지 부침이 심한 인고의 세월을 견디며 잘 버텨왔다. 그런 충북도의회가 10대 의회에서 의정사를 새로 쓰고 있다. 후반기 의장이 역사 상 처음으로 여성으로 선출된 것이다.

그러나 충북도의회는 시작된 지 3개월도 안돼 흔들거리고 있다. 여성의장 취임이라는 새 역사에 이어 '의장 불신임안 제출'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남기게 됐다. 지난 9월12일 벌어진 첫 의장불신임안 제출은 도민들에게도 그야말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10월7일 의장 불신임안이 다시 제출됐고 또 10월20일 의장 불신임안이 세 번째로 제출됐다.

의장 불신임안을 세 번씩이나 제출된 사례는 전국 다른 지방의회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다. 의장 불신임안을 제출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지난 임시회에서 있었던 의회 진행 과정에서의 문제에 대해 의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과를 할 지, 사과를 받아들일 지 어느 것도 확신할 수 없지만, 어찌됐든 이 일은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의 합의가 있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전쟁둥이' 충북도의회가 또 다른 전쟁을 치르는 것은 아닌 지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심히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도민의 대변자들이 함께 모인 의회가 좀 더 화합하고 힘을 모아 충북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도민들은 바라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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