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해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축제를 쏟아낸다. 행정자치부의 '2015년도 지방자치단체 행사·축제 원가정보'에 따르면 1만6828건의 행사·축제 개최로 8291억 원을 썼다. 그야말로 어느 시·군을 막론하고 축제 풍년이다. 지역에서는 모처럼 문화예술 속 활력충전 기회이나 문제는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생각만큼 성공 축제는 드물다. 아주 가끔 내실 있는 프로그램도 마주하나 대부분 산만하고 일과성 소비행사로 상처부터 받는다.

 번드르르한 명칭에 비해 실제로 초라하기 짝이 없다. 앞 다투어 '세계' 또는 '국제'를 붙여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있으나 국내거주 외국인 정도이거나 항공료와 숙박까지 대주며 사정하는 지경이라니 실리(實利)와 동떨어진 빚더미 축제가 맞다. 중요한 건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는 거다. 차별화는커녕 같은 재탕, 삼탕의  모양새를 마구잡이로 베껴 뒤죽박죽 따라 하기야말로 밑그림부터 진화의 몸부림이 절실한 이유다.

 허리띠를 졸라맨 경제 절벽 속에 추경(追更)이란 파고를 넘어가며 치른 '청주세계무예마스터대회'의 경우 당초 뜬 구름형 청사진과 달리 소비지출이나 생산·고용유발, 경제 활성화 역시 긴가민가하다. 어떤 종목은 땜질운영으로 혼선을 불렀는가 하면 선수이탈과 각종사건 사고 등 부정적 요소까지 대거 노출됐다.

 유난히 뜨거웠던 지난여름의 폭탄 전기세 납기일을 맞추느라 허우적대는 민생을 보라. 큼직한 축제 한 번만 건너뛰면 어림잡아 충북도민 누진부분 전기세를 몽땅 감당하고 남을 액수니 축제 뒤 가타부타 반성문 쯤 당연하잖은가. 축제가 끝나면 '대박'으로 부풀린 것도 자주 겪은 허구다. 밀어 붙인 집행부와 상황 악화를 일조한 의회, '혈세 낭비·한계 봉착' 책임을 진솔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몇 해 전, 축제 구조조정 쪽으로 강도 높은 정리조차 결국 말 바꾸기 제스처였다. 흥(興)도 정체성도 흐릿한 축제의 민낯, 전면 수술이 시급하다.

 그러나 직지(直旨)로 세상을 깨운 '직지코리아 국제페스티벌'은 책과 함께 성장을 이끈 청주시민의 자랑거리가 됐다. 세계최초 금속활자란 역사를 배경으로 공감대를 충족시켰다. 문화도시의 강점을 일궈낸 수작(秀作)으로 인정받아 국제화 작업을 위한 상설사무국 신설로 콘텐츠 개발 또한 동력을 달굴 기회를 잡았다. 세계최초 금속활자라는 창조정신 못지않게 세계인이 책(冊)속에서 길을 찾는 알짜 길잡이와 친화력 최고의 세계 대표 문화축제로 우뚝 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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