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영동·옥천, 소방차 등 이용 급수 지원
| ▲ 올 겨울 가뭄이 확산되면서 물 관리당국과 지자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단양군 단양읍 별곡리 고수대교 아래 남한강이 거의 말라 강바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
10일 타들어 가는 마늘 밭이 쩍쩍 갈라지고 물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흙은 이미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자 단양군 단성면 두항리 박무식씨(46)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또 입춘이 지나 봄 기운이 완연해지자 과수원에서 가지치기에 나선 단성면 외중방리 이장 서찬석씨(49)는 "농사를 20년 넘게 해왔지만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며 잔가지를 만지작 거렸다. 가곡면 어의곡리 이장 홍서웅씨(43)는 "간이상수도를 쓰고 있어 마을 대부분이 식수난을 겪고 있다"며 "계곡도 말라붙어 제한급수를 받아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는 실정"이라고 했다. 대강면 용부원리 이장 김일산씨(50)는 좀처럼 비를 뿌려주지 않는 하늘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한숨을 쉬더니 "주민들은 요즘 급수 차량 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게 일과가 됐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말해주듯 단양군과 읍·면사무소에 따르면 제한급수에 시달리고 있는 6개 읍·면 22개 마을의 경우 주민이 요청할 때 소방차나 급수차, 행정차량 등이 물을 날라주고 있다. 산골마을 주민들이 이처럼 겨울에 이어 봄 가뭄에 시달리는 것은 마을 뒷산 계곡에 설치해 둔 간이상수도나 마을상수도, 우물 등이 지난해 가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말라붙었기 때문이다.
이에 단양 119안전센터 등은 지난달 10일부터 단성면 외중방리, 영춘면 남천리, 적성면 상원곡리 등에 급수 지원에 나섰다. 단성면 발전협의회와 주민자치위원회 등도 지난 8일 한해의 풍년과 가뭄 해갈을 기원하는 소금 무지제를 단성면 두악산 정상에서 올렸다. "물기가 없는 대지가 쫙쫙 갈라지고 있습니다. 물이 없으면 땅도 갈증이 나서 더는 견디지 못합니다. 해서 간절히 비나이다. 제발 메마른 땅을 촉촉이 적셔줄 단비를 내려주십시오."라고.
밥을 짓고 마실 물조차 모자라는 형편에 빨래나 목욕은 사치에 가깝다. 이런 와중에 봄이 되면 물 부족 사태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아 주민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제한급수 지역이 늘어나는가 하면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농작물 재배에 차질이 우려되고 건조한 날씨 탓에 가뜩이나 메마른 겨울철 산불이 발생할 우려가 한층 높아졌다. 농작물의 경우 아직 농업 용수 수요가 많지 않은 겨울철이라 큰 피해는 없지만, 가뭄이 더욱 장기화할 경우 영농철이 시작되면 농업용수 부족으로 영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동·옥천군 지역도 가뭄으로 식수 비상이 걸렸다.
이들 지역의 강수량은 평년의 20∼30%에 불과, 산간지역에는 소방차를 이용하여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다. 영동소방서에 따르면 지난해 351건에 약 1525의 용수를 공급하였으며, 올해 들어서도 10일까지 현재 총29건에 171을 공급 했다.
영동군에 있는 군 부대는 이번 가뭄으로 3회에 걸쳐 26.5을 지원 받았으며, 옥천읍 교동리에 위치한 기업에서도 공업용수가 부족하여 두차례 10씩을 지원 받았다. 이외에도 옥천군 안내면 오덕리는 농업용수가 부족하여2차례에 걸쳐 20을 받았다. 영동군 민주지산 자연휴향림은 극심한 생활용수 부족으로 올 들어서만 7차례를 지원을 받았다. 영동·옥천군 지역 고지대의 경우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주민들의 비상 급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며, 단수시에 관로 결빙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마저 우려되고 있다.
/단양=방병철·영동=박병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