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율량안전센터 김원회씨
올해만 3명 구한 '하트세이버'
4년간 간호사 근무 경력 도움
"심폐소생술 전문가 많아지길"

▲ 하트세이버를 받은 청주동부소방서 율량안전센터 김원회 소방사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다. /권보람기자

[충청일보 손인빈기자] "하나, 둘, 셋, 넷…. 호흡이 돌아왔습니다."  54주년 소방의 날을 맞아 '하트 세이버(Heart Saver)'를 받은 청주동부소방서 율량안전센터 김원회 소방사(31)를 만났다.

지난 1월 충북 청주의 한 병원에서 투석을 받고 있던 66세 여성 노인이 갑자기 심장이 멎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병원에서 당직 의사가 없어 응급처치가 어렵다는 다급한 신고였다. 쏜살같이 내달려 현장에 도착한 김 소방사는 쉴새도 없이 여성의 흉부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몇 차례의 시도에도 변화가 없어 더욱 긴장되던 그 때, 기적처럼 여성의 호흡이 되돌아왔다.

"호흡이 돌아왔어요. 손바닥에 환자분의 심장박동이 다시 느껴졌을 때, 그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소중한 생명을 구해낸 그는 2015년 1월 소방에 입문한 새내기 소방관이다.

짧은 경력에도 그에게는 '하트세이버 영웅'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이 병원 구조활동을 시작으로 올해에만 벌써 3명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내 3개의 하트세이버 인증서를 받았다. 그것도 도내 최단 기간에 최다 수상자이다.

하트세이버는 심장정지로 생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응급환자를 심폐소생술로 구한 구급대원과 일반시민에게 주는 인증서다.  그의 특별한 능력(?)은 이색 경력 때문이다.  그는 청주의 한 병원에서 2010년부터 4년 동안 남자 간호사로 환자를 돌봤다. "제가 배운 지식과 경험으로 현장에서 더 많은 생명을 구하고자 소방대원에 지원했어요."

하지만 그에게도 남모를 아픔이 있다. "인증서를 받은 것이 그리 좋지만도 않아요. 지켜내지 못한 소중한 생명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죠." 지난 6월 아이가 뛰놀던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30대 가장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거실에는 해맑은 남자아이가 있었어요. 별짓 다했죠. 기도 삽관도 하고 약물투여도 하고. 그런데 결국 아이에게 아빠를 다시 보여주지 못했네요. 그래서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는 "구급대원을 믿지 못하고 무조건 병원부터 가자고 윽박지르는 보호자도 있는데 1분1초가 소중하고 빠른 조치가 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지름길"이라며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전문지식에 따라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 믿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누구나 저처럼 생명을 지켜낼 수 있다"며 "많은 시민이 심폐소생술 전문가가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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