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개시 후 소환조사 일정빼기 '정보 전쟁
검찰 출석장면 보도되면 부도덕 이미지 각인
사전공개 땐 수사기관도 당혹…일정 재조율

[충청일보 박성진기자]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검찰청에서 팔짱을 낀 채 웃고 있는 '황제 소환' 모습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가 들끓었다. 이처럼 사진 한 방이 갖는 힘은 가히 엄청나다. 

이런 '핵탄두급' 파괴력을 지닌 특종 사진을 건지기는 여간 어렵지 않다. 심지어 수사기관과 사전 조율을 통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검찰청사를 드나드는 장면도 앵글에 담기 힘들 정도다.

수사기관이나 대상자 모두 극도로 꺼리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비굴한 출석 장면을 찍히지 않기위해 갖은 수단을 쓴다. 자칫 검찰 청사를 들어서는 모습이 공개되면 부도덕한 정치인으로 각인되기 때문이다.

반면 기자들은 소환 일정 등을 미리 빼내기 위해 '정보 전쟁'을 치른다. '찍으려는 자(언론), 피하려는 자(수사 대상자), 방해하는 자(수사기관)'가 숨바꼭질을 펼치는 이유다.

◇'친절한 검찰' 덕에 출석장면 고스란히 노출된 이승훈 청주시장=지난해 11월 이승훈 청주시장이 불법 정치자금법 의혹으로 청주지검에 출석했다.

통상 유력 정치인들이 소환될 때는 검찰에서 이를 함구하는데, 그의 모습이 생생하게 보도되는 흔치 않은 일이 터졌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검찰에서 출석통보를 사전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장의 2차 소환 때는 여지없이 기자들이 검찰청사 앞에서 밤을 꼬박 세웠다.

이 시장은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고 새벽 3시30분에 귀가했다.

◇두 차례 소환조사 모두 따돌린 김병우 충북도교육감=2014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른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은 그해 9월 검찰소환 통보를 받았다. 일정 조율 끝에 청주지검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카메라는 단 한 대도 없었다.

'조용히' 조사를 받은 김 교육감은 다음 날 새벽 2시에 귀가했다.

이런 사실은 장시간 조사로 피곤했던 김 교육감이 아침 회의에 불참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1차 소환 시점을 놓쳐 '물먹은' 기자들이 2차 소환을 별렀지만 결국 렌즈에 담지는 못했다.

◇'대놓고' 기다린 탓에 화들짝 놀란 정상혁 보은군수=2014년 11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던 정상혁 보은군수가 청주지검에 출석하기로 했다.

이를 사전에 파악한 일부 언론에서 정 군수의 출두 장면을 앵글에 담기 위해 '대놓고' 대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눈치 챈 정 군수가 자신의 출석 모습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출석을 머뭇거리자, 검찰에서 사진기자를 철수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정 군수가 조사를 받고 나오는 시점을 알려준다는 약속을 받고 철수했다.

정 군수는 9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그날 밤 11시30분에 카메라에 노출됐다. 2차 소환 때는 기자들도 전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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