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줄곧 '비정상의 정상화차원의 국가개조'를 외쳐 왔지만 결국 아니러니였다.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에 호들갑을 떨던 박수마저 피로 심각단계다. 곰곰 생각해봐도 멀쩡한 정신 아닌 채로 살아온 거다. 왜 청와대가 이 지경일까? 건국 70년, 대한민국 국민인 게 자랑스러워 "원더풀 코리아!" 탄성을 쏟으며 눈물 글썽였던 코미디 같은 나라에서 잘난 척 제 멋에 취한 거다.
'국정농단'이란 통치 부재 뭇매를 맞고도 아직 긴가민가 죽을 쑤고 있다. 역대 정권 일탈의 단절은 커녕 대통령 연설문까지 집도(執刀),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국정 총체를 쥐락펴락케한 치욕(恥辱)은 분명 통치 포기나 다름없다. "먹에 가까우면 검어지기 쉽다" 색깔이 추해지는 리스크를 외면하면서 순실 언니 몸값 불리기로 동분서주해 온 꼴이다.
아무리 적폐로 진동을 해도 현실적으론 피라미 몇 마리만 건져내는 권력 신드롬은 도덕적 비대칭에서 오는 방치에 불과하다. 두 번씩 고개 숙인 대국민 사과를 통해 쌍방의 마음이 녹아 풀어져야 하는데 오히려 민심은 더 꼬였다. 내시경을 들이대도 절레절레할 판국인데 구색 맞추기 제스처를 누군들 수용하겠는가? 살아 숨 쉬지 않으니 공염불일 뿐 변화가 먼저다. 이런 때 일수록 필요한 건 참다운 자기 권위다.
소위 까마귀 정치인들이 벌써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끼리끼리 귀엣말조차 거슬린다. 구린내를 감추면서 마구잡이로 물어뜯기 달인들, 나라 걱정하는 척 '천재일우(千載一遇)'란 꿍심부터 벗어야 한다. 탄핵(彈劾)과 하야(下野)의 우월적 통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다. "성은이 망극 하옵니다"에 익숙했던 진(眞), 친(親), 문고리, 맏형, 좌장도 이젠 상투적 '막가파'와 '모르쇠'로 치닫는다. 하기야 누구를 탓하랴. 난파선인줄 모르고 선택한 국민 실수였다.
불통을 뚫으라고 사방에서 쓴 소리를 퍼부어도 꿈쩍 않더니 결국, 비선 장단에 춤추느라 소통이 무뎌졌다. '너 때문에' 타령만 여럿인 현실, 정작 물꼬를 터주거나 제대로 꿰맬 꼿꼿한 어른 없는 나라의 예고된 재앙을 부끄러워 할 줄 알아야 한다. 존경은 구걸하고 강요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전적으로 기본에 충실한 통치 권위가 중요하다.
미적거릴 시간도 없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별의 별 대안도 백해무익이다. 탈출구를 용서로 찾기엔 너무 흉부가 크다. 국민 여론은 이미 굳어진 상태다. 문제는 칼자루를 쥔 사람의 결단에 달렸다. 그래야 역사가 보인다. 대통령은 존엄의 대명사다. 국민을 희망으로 받쳐드는 대통령, 대한민국의 요원한 1호 과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