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매입자금 사상 최대 규모
'쭉정이' 많아 계획량 차질
매년 반복되는 '덤핑 판매'에
적자 우려… 악순환 반복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농협이 소비 감소·쌀값 하락에 어려움을 겪는 농민들을 위해 사상 최대 규모의 자금을 풀었지만, 여전히 남아도는 재고와 작황 부진 탓에 고민이 쌓이고 있다.
10일 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농협중앙회의 벼 매입자금 지원 규모는 약 1조6000억원이다. 이는 당초 계획보다 3000억원 가량 늘어난 것이다.
벼 매입 계획량도 올해 전국 쌀 예상 생산량 420여만t의 약 42.9%에 해당하는 180여만t에 달한다. 이는 사상 최대 수준이다.
농협은 쌀값폭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 같은 매입 계획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에서만 약 11만8000t 가량을 매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농민들의 걱정을 덜어주려던 농협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올해도 대풍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늦여름까지 이어진 폭염 탓에 작황 부진으로 인한 '쭉정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청원생명쌀을 생산하는 RPC(미곡종합처리장)의 도정률도 지난해보다 약 10% 떨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실제 매입량은 11만8000t에 못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장에서는 10만t만 넘겨도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계획량을 채운다 하더라도 문제다. 지난해에 수매한 11만8000t 중 약 500t 정도의 구곡(舊穀)이 아직 창고에 쌓여 있다.
통상 햅쌀복 도정하는 10월까지는 지난해 재고를 모두 소화해야 하지만, 전반적인 쌀 소비량 감소로 올해는 예년보다 소화가 더뎌지고 있다.
또 해마다 쌀값이 하락하는 탓에 지난해 매입 가격보다 저렴하게 시장에 내놓는 '덤핑 판매'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농협으로서는 손해를 보면서도 조합원들의 벼를 사들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충북농협의 한 관계자는 "올해도 적지 않은 RPC가 손해를 봤고, 쌀값이 내년에도 떨어지면 적자를 보는 RPC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농협중앙회 차원에서도 구곡을 처분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여러 대책을 세우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재고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소비량이 줄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