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관절막 퇴행성 질환으로 50대 환자 많아

충북 보은에 있는 정이품송은 충청이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중 하나이다. 조선 세조가 정이품 벼슬을 하사한 고사로도 유명하지만 원추형의 우아한 자태가 그러한 고사와 상관없이 정이품의 품위를 드러내왔다. 600여년의 풍파를 견딘 정이품송이 근래 노환·솔잎혹파리·강풍·폭설 등으로 지난날의 위용을 잃고 지금은 힘겹게 버티고 있다고 한다. 지지대로 가지들을 겨우 지탱하고 있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애처롭게 한다. 정이품송을 유지하기 위하여 지자체에서 여러 가지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예전의 아름다움을 되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나무가 오래되면 기력이 쇠하여 옹이가 생기고 가지는 마르거나 부러지기도 한다. 기력이 쇠한 나무의 가지를 억지로 보존하면 전체 기운이 부족하여 몸통채로 쓰러지게 된다. 노목이 가지를 자르는 것은 기운을 쓸 곳을 줄여 몸통을 좀 더 보존하려는 생존본능 이다.

사람은 나이가 오십이 되면 노화가 본격화된다. 마흔이 산정상이라면 오십은 내리막길에 들어선 것이다. 먼저 간기(肝氣)가 쇠하여 기운이 떨어지고 눈이 흐려진다. 대게 원시가 시작되는데, 노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갑자기 어깨를 올리기 힘들거나 뒤로 젖히기 힘든 증상도 생기는데, 노화가 본격화되는 오십대에 주로 생기므로 오십견(五十肩)이라 부르기도 한다. 요즘은 생활이 불규칙하고 스트레스를 과다하게 받아 사십대에 노화가 시작되어 원시나 오십견이 일찍 나타나기도 한다.

오십견은 어깨 관절을 둘러싼 관절막이 퇴행성 변화를 일으키면서 염증을 유발하는 질병인데, 주로 팔을 위로 들어올리기 불편하거나 뒤로 젖히기 어렵게 된다. 한쪽에 주로 발생하며 심하면 양 어깨에 모두 발생하기도 한다. 심한 통증이 생기기도 하는데, 기혈의 흐름이 약해지는 밤에 통증이 더욱 심해져 잠을 이루기 어려운 경우도 생긴다.

오십견의 증상이 경미할 때는 해당 부위를 따뜻하게 하고 마사지 등을 통하여 기혈 순환을 촉진시키면 풀리는 경우가 있다. 증상이 심하면 침과 뜸으로 기혈을 통하게 하고 한약으로 기력을 돋우면 쉽게 치료된다. 염증치료와 물리치료에 의존하면 병이 더욱 깊어져서 고착화되기 쉬우며 다른 질병도 불러온다. 증상이 경미하여 마사지나 침·뜸으로 쉽게 풀렸을 경우에도 별도로 기력을 돋우는 것이 노화로 인해 생기는 다른 질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최선책이다.

오십견은 그 자체로도 견디기 힘든 질병이나, 기력이 쇠하여 노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이라는 신호로서 더욱 중요하다. 나무가 기력이 쇠하여 가지를 자르듯이 몸에서 그나마 덜 중요한 팔 하나를 자르는 것이므로 먼저 생활을 되돌아보아야 한다. 식생활과 수면생활을 규칙적으로 영위하고 저녁은 가볍게 먹고 아침은 넉넉히 먹으며 식후에는 300보 이상 산책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기르거나 마음 쓰는 일로부터 회피하는 것이 좋고 편안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좋다. 무리하지 않고 부부생활도 절제하는 것이 기력을 보존하는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생활을 돌아보아 스스로의 생활을 고치는 것은 침·뜸·한약으로 기혈을 통하게 하고 기력을 돋우는 일과 별도로 병행해서 실천해야 하며, 평생 실천하는 것이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깨질환에 국한하여 치료하고 기력을 돋우는 일을 게을리 하면 몸통이 쓰러질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많은 지식으로 무장한 현대인들이 오히려 건강과 관련하여서는 우매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목이 마르기 전에 우물을 파고 전쟁이 나기 전에 창칼을 손질해야 하듯이, 건강을 잃기 전에 미리 기력을 돋우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박 성 규 예올한의원 원장 본보 한의학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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