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김재국 세광중 교사·문학평론가] 2016년 노벨문학상은 미국의 음유시인으로 불리는 밥 딜런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상위원회는 "위대한 노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 낸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상업성을 지향하는 대중 음악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는 115년의 역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하여 지지자들은 사회 전반에 대하여 울림이 있는 가사로 대중음악의 지평을 넓혔다는 입장이다. 반면에 반대자들은 딜런이 세계 문학계에서 확실하게 인정을 받는 작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의 수상 자격을 문제 삼았다. 이러한 논쟁을 논외로 하더라도 이번 노벨문학상은 우리 문학계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첫째, 우리문학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경계가 해체되었다는 것이다. 본격문학이 아닌 대중성을 지닌 노래 가사를 시로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눈 여겨 보아야 한다. 특히 스웨덴 한림원에서는 "호메로스와 사포도 공연을 위한 시를 썼으며, 가장 좋은 노래는 사람들의 귀에 새롭게 울리는 노래"라고 하면서 딜런의 가사를 "귀를 위한 시(詩)"라고 표현했다. 그것은 문학의 경계 해체를 벗어나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대적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 지적이라 할 만하다.

 둘째, 작가는 시대정신을 직시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딜런의 가사가 인정을 받은 것은 무엇보다도 당대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에 있다. 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바람만이 아는 대답(Blowin' in the Wind)'의 가사에도 "얼마나 많은 포탄이 쏟아져야 무기는 금지되는가?, 얼마나 많은 죽음이 있어야 너무 많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나?"라며 반전, 반핵의 시대정신을 일깨운다. 이 노래는 베트남 전쟁을 은유하며 우리나라 젊은이들에게도 저항정신을 불러 일으켰다.

 셋째, 작가들은 국민의 독서 역량 강화를 선도하는 작업에 사명감과 책무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독서량이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그나마 자기계발서 중심의 독서를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작가들은 이러한 독서 상황에 대한 반성과 대안 마련을 위한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작품이 작가의 내면적 성찰에 매몰되거나 현실과 유리되는 경우를 탈피할 필요가 있다. 독서 생활화가 선언적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것이 삶과 밀착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노벨문학상이 우리문학의 모든 것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우리문학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김성곤의 예견처럼 앞으로의 문학은 절대적인 진리를 회의하고 숨겨진 상대적 진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본격문학과 대중문학 및 예술의 경계를 해체하고 장르 소통을 토대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학은 중앙 중심에서 지역 중심으로 이동이 가능하며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작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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