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촛불 마케팅' 효과 톡톡
유명 맛집 '촛불 반대' 소문
SNS서 뭇매… 업주 "억울"

▲ 충북 청주시 서문시장 삼겹살거리 한 식당에 걸려 있는 '촛불소주' 안내문.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다른 곳은 '촛불 특수'라고 하는데, 우리 식당은 이마저도 해당이 안 되나 봐요."

전국적으로 촛불집회가 확산되면서 인근 상권도 덩달아 활성화 효과를 누리고 있지만, 일부 자영업자들은 오히려 '한파'에 떨고 있다.

'5차 촛불집회'가 열린 26일 저녁 충북 청주시 서문시장 삼겹살거리는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로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집회가 열리는 날은 소주를 한 병당 1000원에 판매하는 '촛불소주' 마케팅이 입소문을 타면서 집회 참가자 등이 해당 업소들을 찾았기 때문이다.

촛불소주를 처음 제안했던 김동진 청주삼겹살거리 발전위원회장은 "평소보다 손님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식당 업주도 "촛불소주 때문에 들렀다고 한 손님만 10개 테이블은 되는 것 같다"며 "집회를 응원한다는 좋은 뜻이 잘 전달된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삼겹살거리에서도 '촛불소주' 마케팅에 동참하지 않은 식당은 평소보다 매출이 줄었다.

삼겹살거리에 있는 식당 15곳 중 10곳은 촛불소주 판매에 동참하고 있지만, 나머지 식당들은 아직 '촛불 마케팅'에 회의적이다.

불과 몇 달 전까지 박근혜 대통령 방문 사진을 걸어놓고 영업을 하다가 이제는 '탄핵 정국'에 편승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한 식당 업주는 "대통령이 삼겹살거리를 다녀가신 뒤 덕을 본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촛불소주 판매까지 동참하지는 않았다"며 "인근 식당들이 대부분 촛불소주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인지 우리 가게에는 손님이 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촛불 특수는커녕 매출 하락에 고민하는 인근 식당들도 생겨났다.

청주시 중앙공원 인근의 한 식당 업주는 "저녁 시간이면 시내 식당에 들러야 할 시민들이 촛불집회에 참가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장사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SNS상에서 '촛불 반대업소'로 찍혀 불똥이 튄 곳도 있다.

맛집으로 유명한 청주의 한 분식점은 최근 SNS 상에서 '촛불집회 참가 학생들에게는 음식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는 글이 확산되면서 비판 댓글에 시달렸다. 이 분식점 사장은 "학생들과 농담을 하다가 뜻이 와전된 것 같다"며 "나도 현 정부에 실망한 사람인데 굳이 그런 말을 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억울해 했다. 그러면서 "가뜩이나 시내 상권 자체가 위축돼 어려운데, 정치적인 이슈에 얽혀 피해를 보니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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