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이장희 충북대 교수·국가위기관리연구소장] 최근 대한민국은 최순실게이트로 인한 국정개입논란과 대통령의 피의자 공모여부 문제로 한 달째 국정마비로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는 한국경제를 퇴보시킬 만한 파괴력을 갖고 있는 신한폭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다 국사 국정교과서 시행여부를 둘러싸고 교육계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몇 달 전부터 예상되어 오긴 했어도 보호무역주의와 백인들의 일자리창출을 위해 정책을 펼치겠다는 트럼프 당선자의 대외 경제정책은 수출중심의 한국경제에 먹구름이 낀 형국이 되고 있다.

 최순실게이트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지는 않지만 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의 갑작스런 사퇴에 이은 문화체육부의 석연찮은 올림픽사업 개입논란 시기에 한진해운의 파산정리절차가 시작되었다. 이는 현대상선에 도움을 주려 했다는 의혹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해양선박운송사업, 즉 해양 SOC사업의 붕괴를 초래하는 중차대한 사건이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높은 단발마적인 사태들은 취약해진 한국경제의 미래기반을 무너뜨릴 중요한 변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의 이벤트이다.

 '잃어버린 10년'에 안타까워하다 보니 벌써 '잊혀져가는 20년'이 되어버린 한국경제는 활력을 잃은 기관동력의 빈껍데기라고 혹평하고 싶다. 가히 현재 나타나고 있는 각종 지표나 현상들을 볼 때 그러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소득 소비의 핵심주체는 40대이다. 왕성한 경제활동 세대인데 이들 40대의 가구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재산소득과 사업소득이 줄고 있고 경기침체로 근로소득마저 물가상승률을 상회하지 못해 실질적인 가구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실 한국경제의 뇌관이 될 부채와 관련 3분기 가계부채 대출비중 증가율이 최대이고 1,300조원의 가계부채와 더불어 심각한 위기수준에 도달해 있다. 부동산 시장이 하락하는 추세가 계속된다면 개인 자산의 하락과 임대료 인상으로 영세상인의 몰락이 명약관화하다. 최순실사태와 김영란법 시행으로 한국기업은 얼어붙은 숨만 쉬고 있는 기업인양 활력을 잃고 있다. 뇌물죄를 적용하기 위해 어느 기업이 희생양이 될지는 모르지만 정경유착도 아닌 상태에서 정상적인 기업경영마저 위축되는 것이 아쉽다.

 경제 3주체인 국가와 기업에 이어 가계도 심각한 파산지경에 이르고 있다. 불확실성과 경기침체는 소득은 줄고 소비는 침체되는 우리의 생활경제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게 중론이다. 최근의 한국경제는 3년 연속 2%대 성장을 기록하면서 장기적인 불안과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고 있다.

 정치불안에 따른 냉동정치가 기업활동이나 가계소득을 위축시켜 식물경제로 전락시키는 변곡점인 요즈음 이를 극복할 해법 마련이 중요하나, 국회의 심각한 위기의식도 없고 또 국정마비로 멈춰서고 있다.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경제체질을 개선하고 내수진작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시급하다. 대통령병에 걸린 정치문제가 우리의 삶의 질이나 미래의 불확실성을 높이거나 불안하게 해서는 안 되지만, 한국정치는 믿을 수가 없는 여전한 3류 수준이라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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