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겨울이 시작되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일명 AI)는 닭이나 오리와 같은 가금류 또는 야생조류에서 생기는 바이러스(Virus)의 하나로, 일종의 동물 전염병으로 고병원성, 약병원성, 비병원성으로 구분되는데 가축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이기에 감염된 축사의 가축들은 예외 없이 땅을 파고 묻는 살처분을 할 수밖에 없어 한번 발병하면 농가의 재산피해는 물론 국가의 재정에도 막대한 피해를 가져온다. 사료, 약품 등 관련업체의 피해와 식당 등 식품업계까지 불똥이 튀면서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구조는 표면에 hemagglutinin(HA)과neuraminidase(NA)라는 두 가지 단백질이 있는데 HA는 16종이, NA는 9종이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두 가지 단백질의 조합에 따라 모두 144종류(=16×9)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존재하게 되어 언제 어느 종의 바이러스가 출몰할지 몰라 대응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이 중에서 사람에게 인플루엔자 감염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형태로는 일반적으로 3종류의 HA(H1, H2, H3)와 2종류의 NA(N1과 N2)가 보고되고 있고, 조류의 인플루엔자 감염은 주로 H5형이나 H7형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확산되고 있는 조류독감은 H5N6 형으로 이론상으로 인체감염의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볼 수 있으나 실제로 지난 2014년 중국에서 발생한 조류독감이 H5N6형이었는데 현재까지 6명이 감염되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된 것을 보면 섣불리 보아서는 안 된다. 역사적으로 살펴보자면 세계 제1차 대전 말기인 1918년 3월에 스페인에서 발병한 스페인 독감은 그 후 2년간 유럽과 북미로 확산되면서 4,000만 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유럽인구의 1/3이 사망하는 참변이 있었다. 당시 독감의 정체를 몰랐었지만 2005년 미국의 한 연구팀이 알래스카에 묻혀있던 스페인 독감으로 사망한 여성의 폐 조직에서 바이러스를 분리 조사한 결과 H1N1이라는 고병원성 조류독감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일제시대인 1918년 우리나라에도 독감이 유행하여 742만 명이 감염되어 14만여명이 사망했는데 이 또한 H5N1이라는 조류독감 이었다는 것이다.

 조류독감은 야생 조류들에 의해 확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확산 속도나 범위가 다른 전염병보다 광범위하고 빠르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류독감도 발병된지 20여일 만에 거의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특히 이번에 발병한 조류독감은 H5N6형으로 감염된 조류와 접촉하게 되면 인체 감염의 위험이 있으며 예년에 발생했던 조류독감에 비해 감염속도도 빠르다. 불과 2년여 만에 다시 발생한 가축 1급 전염병인 이번의 조류독감은 이젠 우리나라에 남아 토착화된 바이러스는 아닌지도 사태 종결과 함께 대대적인 조사와 연구가 따라야 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정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 찾아온 조류독감이라는 재난은 쌀값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사회에 3중고로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직시하고 전 국민이 대응하여 이를 극복해야 한다. 언론 등 모든 여론이 국정농단 사태로 집중되고 있는 사이에 조류독감은 또 다른 아픔으로 우리사회를 파고들고 있기에 우리는 진력을 다해 이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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