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형 김천대 교수

[김기형 김천대 교수] 올 한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한 열흘이 지나면 크리스마스이고 시내를 걷다 보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맞는 트리와 장식물들과 흥겨운 캐럴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얼마 전에 그리스도교관련 서적에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재미있게 해설해 놓은 것을 보았다. 우리는 집에서 애완견을 키우는데 주인은 그 애완견을 무척 사랑하고 애완견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해준다. 비용이 드는 미용이나 비싼 사료며 간식 등을 먹이고 예쁜 옷도 사 입힌다. 그런데 주인이 애완견을 너무 사랑하여 애완견이 된다면 어떨까?

 정말 이런 일이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 아무리 주인이 자신의 애완견을 사랑해도 이 세상에 애완견이 될 주인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예수 그리스도는 신이면서 인간의 모습으로 이 세상에 와서 인간과 함께 살며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함께 먹고 마시고 슬퍼하고 함께 고통을 느끼다가 인간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 가셨다고 한다. 이러한 비유는 예수 그리스도는 애완견의 주인이고 애완견은 인간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우리가 이 말을 믿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으면서 우리는 진정한 지도자의 모습을 희망해 본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을 섬기기 위해 신이면서 인간이 되어 오신 아기 예수를 생각해 보면 답답하기만 하다. 어떤 사람들은 광화문에 모인 촛불을 든 시민들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불순분자들이 배후에서 시위를 부추긴다고 말한다. 촛불을 든 시민들을 빨갱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이므로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이 지도자들로 인해 철저히 유린되었고 이러한 부조리를 정치권은 오랫동안 묵인하였다.

 국회의원들은 이러한 혼란을 자기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단지 이 혼란 속에서 적당한 타협과 거래를 하여 서로 간에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는 것처럼 보인다. 노자는 '세상 그 무엇도 물만큼 부드럽거나 약하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약한 것이 강한 것을 누리고, 그토록 부드러운 것이 딱딱한 것을 이김을 세상 사람이 다 안다'고 말했다. 이는 군주란 백성을 섬기는 종이 될 때 가장 힘 있는 군주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한 해를 보내며 우리는 자신이 걸어온 지난날을 생각하며 크리스마스트리에서 점멸하는 전등을 본다. 2016년은 크리스마스트리의 점멸등보다 광장에 모인 촛불이 훨씬 더 밝다. 어떤 똑똑한 변호사는 이 밝은 촛불은 국민들이 스트레스를 풀기위한 것이고 더 훌륭한 국회의원은 이 촛불은 바람 한 번 불면 꺼진다고 말했다. 광장으로 나온 촛불잔치에서 어떤 사람은 이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촛불을 든 사람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간첩으로 이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대한민국을 진정 사랑하고 대한민국과 국민을 섬길 지도자를 기다리는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은 촛불로 보인다. 대한민국, 메리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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