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규 정치부장(부국장)]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가슴이 설렜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고, 연말 송년 모임은 줄을 잇고...
아니, 어릴 적 분위기는 더 좋았다.
음악사에서 울려퍼지는 크리스마스 캐롤. 중심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었다.
뭐 볼만한 영화 없을까 친구들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내 생일도 아닌데 기뻐했던 기억들이 정말 새록새록하다.
언제부터인지, 그런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들뜬 기분이 나질 않는다.
그저 한가지, 송년 모임만 관습 행사처럼 치러질뿐. 나이탓인지. 아니면 사회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올해는 더 심해보인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대통령에 대한 탄핵, 농단 주범들의 재판이 시작되려하고 있고,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촛불을 들고 있고.
마치 1987년 6.29 선언 때를 연상케한다. 당시 대학생들의 시위에 시민들도 함께 최루탄에 맞서 한몸처럼 움직였던 기억이 난다.
크리스마스 이브날도 촛불집회가 열린다고 한다. 올해의 마지막날, 31일도 토요일이니 이 날도 집회가 열릴 수도 있겠다.
맞불집회도 열리려나. 아무튼 집회가 개최되고 언론에서는 그 집회를 보도해야 되고 그러니 크리스마스·연말 무드는 깨질 수밖에 없다.
나라도 시끄럽지만, 지역도 조용하지는 않다.
KTX 세종역 신설때문에 지역간 갈등이 점차 커져만 가고 있다. 좀처럼 간극이 좁혀지질 않는다.
세종시는 세종시대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근에 역이 있는 청주나 공주는 한번 해보자고 싸우고 있다.
21일에는 오송역 광장에서 1000여 명이 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 다툼이 언제 끝날 지 지금으로서는 예측이 안된다.
국가나 지역이나 이렇게 다른 목소리로 시끄럽기만 하다.
희한한 일이다. 어릴 적 정치 상황은 더 어려웠을텐데. 왜 그때는 즐거웠을까. 몰라서 그랬던걸까.
아무튼 국민들의 삶, 평범한 일상이 침해된 것은 맞는 듯 하다.
이 모든 것이 정치의 안정화가 되지 않아, 정치인들에게 맡겨야할 부분까지 국민들이 떠안게 되면서 비롯된 일이 아닌가 싶다.
국민들을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일. 그것이 정치인들이 해야할 의무다. 멈춰버린 시민들의 시계가 하루빨리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
더 이상 올해와 같은 최악의 크리스마스·연말은 오지 않기를 국민들은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내년에는 꼭, 어릴적만큼은 아니더라도 작은 두근거림이라도 있는 크리스마스·연말이 찾아오길 바라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