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최순실 게이트'의 국정 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과 증인 간 위증 공모 의혹이 불거졌다. 증인은 최 씨 측근들로 사실이라면 국정 농단 진상을 파헤치겠다고 나선 특위 위원이 오히려 국정조사를 농단한 것이고, 나아가 국정을 희롱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잖아도 시원하고 명쾌하게 밝히질 못하는 국정조사를 보는 국민의 마음이 답답한데 위증 공모 의혹까지 터져 국민은 도대체 누굴 믿고, 무엇에 기대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불거진 위증 공모 의혹에 연루된 국정조사특위 위원은 3명으로 모두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 그중에서 친박(친박근혜)계로 분류된 사람들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청문회가 열리기 전 증인들을 만나 어떤 얘기를, 어떻게 하자고 입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위증 공모 대상은 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드러낸 최 씨 소유 태블릿PC와 관련됐다. 최 씨는 지금도 이 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항변하면서 감정까지 요청한 이번 사태의 핵심 물증이다.

최 씨는 이 때문에 독일에서 은신하고 있을 때도 국내 주변인들에게 이 PC가 조작된 것으로 해야 모두 살 수 있다며 거짓으로 꿰맞추길 지시하는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문제의 PC를 놓고 위증 공모가 이뤄졌다는 건데 시간이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처음엔 위원 1명이 증인과 사전 협의한 뒤 청문회장에서 약속된 질문과 답변을 할 것이라는 제보 인터뷰가 신문에 실렸고, 청문회에서 그대로 진행되며 단순히 의혹이 아니라는 심증이 굳어지게 했다.

그러더니 이번엔 특위 여당 간사를 맡은 의원까지 증인을 만나 위증 교사까지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그나마 특위에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던 국민에게 또 다른 마음의 상처를 입혔다. 공모 의심을 받는 증인 가운데는 특위 가동을 앞두고 '특검 및 국정조사 재단(K스포츠) 대응 방침'이라는 문건을 만들어 특위 위원 성향을 파악한 장본인도 포함돼 있다. 특위의 진실성이 의심받고, 특위 무용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국회 안팎의 비난 역시 들끓는다. 특위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은 즉각 위원 사임을 요구며 특위 전체회의를 거부했고, 같은 당이면서 당 운영·주도권을 놓고 친박과 각을 세우고 있는 비박계도 특위에서 빠지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제 이들 위증 공모 의혹이 짙은 특위 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 특검 수사가 얘기되고 있다.

앞으로 남은 특위 청문회는 22일 하루(5차)뿐인데 이날은 최 씨 전횡을 묵인 내지 방조한 혐의를 받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세월호 7시간'의 퍼즐을 맞출 열쇠를 쥐고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전 청와대 의무실 간호장교가 출석할 예정이다. 그래서 이 청문회가 끝난 뒤 별도 청문회로 특위 위원과 증인 간 위증 공모 혐의를 벗겨보자는 분위기다.

일이 이쯤 되면 자신들을 둘러싼 의혹을 파헤칠 청문회가 열리든, 그렇지 않든 당사자들은 지금 당장 특위를 떠나는 게 옳다. 아울러 자신의 경력에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특위 위원'였다는 것도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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