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박종순 복대초 교장·시인]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 얼마 전 2박 3일 동안 'ME주말'이라는 일생에 한 번 뿐인 연수에 다녀왔다. 이 프로그램은 1950년대 말 스페인의 칼보 신부가 착안해 비롯됐는데, 당시 문제 소년들을 위해 일하고 있던 칼보 신부는 대부분의 가정 문제가 불안정한 부부관계로부터 생긴다는 것을 알고, 먼저 28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실험적으로 프로그램을 실시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음으로써 세계 여러 나라로 급속히 퍼져 나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77년부터 주로 가톨릭 단체에서 신자 부부들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프로그램이라 한다.

 성당 신부님이 우리 부부에게 좋은 선물을 주시겠다며 ME를 다녀 오라하여 큰 기대는 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연수가 진행될까 궁금했는데 가톨릭 신자 부부 외에도 신부님, 수도자, 일반 비신자들도 참여하는 바람직한 만남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룹별 연수가 진행되는데 매 주제마다 지도 부부 한 팀과 신부님이 한 조를 이뤄 주제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부부는 서로에게 신부님은 신자들을 대상으로 미리 쓴 사랑의 편지를 읽어주는 것이다.

 평소 무뚝뚝한 배우자라도 편지를 읽어 주다가 눈물을 흘리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니 가슴깊이 숨어있던 자신의 고운 감성에 스스로 대견함을 안기도 한다. 함부로 바꾸어서도 안 되고 바꿀 수도 없는 배우자에 대해 최상이라 여기고 몸과 마을을 다 바쳐 사랑하겠다는 결심을 새롭게 하게 됨이 ME주말에서만 얻을 수 있는 값진 선물임을 자신 있게 말하고 싶다.

 어느덧 정해진 프로그램을 마치고 짐을 정리하러 이틀간 둘만의 대화와 사랑을 키우던 룸 앞에 가보니 초록색 편지 묶음이 우리내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바쁜 세상에 누가 편지를 보내주었을까? 살펴보니 먼저 ME를 다녀온 선배 부부들이 정성스레 써준 편지였다. 그 순간 감격의 파도가 밀려들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한 아름다운 고리의 편지, 나도 뒤이어 ME 주말에 참여할 어떤 부부를 위해 편지를 쓰고 기도를 할 것을 다짐하니 ME를 먼저 다녀간 수많은 사람들이 꽃으로 피어올랐다.

 세상은 이렇듯 들여다보면 아름다운 계획과 좋은 일을 멈추지 않는다. 지난 11월에는 중국 산시(?西)성 웨이난(渭南)교구청에서도 첫 번 째 ME주말이 거행됐다는 보도를 접했다. 현재 중국에도 24개 교구가 ME 활동을 하고 있으며 갈수록 많은 부부, 신학생들이 주말에 참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성장하여 부모가 되고 생명을 이어 길러주는 것이다.

 부모님이 ME를 받으면 자녀들이 우선 행복하여진다고 하니 이 땅의 모든 부부들을 한번 꼭 초대하고 싶은 것이 나의 바람이다. 다시 올 수 없는 올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자녀를 위해, 자녀는 부모님을 위해 편지를 써야겠다. 누군가를 위해 편지를 쓰는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을 가꾸는 또 한 번의 성탄이다. '사랑하는 것은 결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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