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우리의 신체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으라고 하면 아마도 머리와 가슴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은 온 몸에 피를 보내주는 심장이 있기 때문이고 머리는 우리의 모든 행동과 생각을 관장하는 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심장의 기능은 현대 의학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머리의 기능은 대체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있었던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대결이 세계적인 관심을 가졌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승리를 드디어 인간의 기술이 생각의 영역에 도달했다는 증거로 삼으며 크게 환호하는 동시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인간의 기술이 드디어 생각의 영역에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이 사건은 인간의 생각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지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기계가 인간을 이겼다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인 사실이긴 하지만 여전히 바둑과 같은 한정적인 영역에 불과할 뿐, 인간의 생각의 영역이 활동하는 무대는 참으로 광범위하다.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인간은 언제나 이 위대한 능력을 바탕으로 만물의 영장으로 군림해 왔다. 이 모든 것이 생각의 능력 덕분이었다.

 2016년 한 해를 되돌아보면 우리는 많은 것을 계획했고 또 그 계획을 이루었다. 어떤 경우 일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서 큰 손해나 어려움을 당했을지는 모르지만,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계획이 어긋남으로 인해 생각지도 못했던 유익을 얻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의 묘미가 여기에 있다. 아무리 생각하고 또 열심히 준비해도 모든 일이 생각처럼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생각을 벗어난 일들이 다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 생각, 내 계획을 넘어서 예상치도 못한 일들을 통해 우리는 문제가 해결되고 자신의 계획을 넘어서는 결과를 얻기도 한다.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소설 '빨강머리 앤'을 보면 주인공 앤이 삶이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참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의 삶 속에 생각치도 못했던 일들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예상치 못한 일들조차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라볼 때 기적은 언제든지 체험할 수 있다. 성경도 생각지도 못한 일들에 대해 후회하거나 자책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고 말씀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보다 넘치는 분'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생각과 바람대로 역사하신다 하더라도 그 일은 곧 우리의 기대와 생각을 넘어서는 놀라운 기적이 되는 것이다.

 2016년 우리는 생각을 벗어난 일들을 얼마나 자신의 유익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왔는가? 자신을 자책하는 것에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는가? 다가오는 2017년에는 오히려 생각을 벗어난 일들을 기대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나의 계획과 생각을 뛰어넘어 더욱 넘치도록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기대하기를 바란다. 긍정의 마음으로 자신을 준비할 때 우리는 생각대로 되는 일들이나 생각을 벗어난 일들이나 모두 우리 자신을 위한 유익한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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