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MRO 좌절 이유 ②대형 항공사 유치 왜 실패했나
아시아나, 최소 6베이 규모 격납고 원해
1지구 2.5베이 불과… 他 항공사도 지적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민선 4기 정우택 전 도지사(현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승훈 부지사(현 청주시장) 시절부터 추진한 청주항공MRO 사업은 청주공항 민영화가 결국 이뤄지지 못 하면서 정부 관심에서 멀어졌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는 청주국제공항의 민영화 작업이 2013년 1월 무산되자 지난 2009년 12월 충북도에만 지정했던 항공정비시범단지를 무시하고 2015년 1월 공개 경쟁으로 전환시켰다.
물론 항공정비시범단지 지정 과정도 국토부가 확인 절차나 지원 내용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졌지만 정부가 지정한 시범단지를 정부가 걷어들이는 모양새를 취하게 됐다.
국토부는 항공사와 함께 어느 지방자치단체든 항공MRO단지에 대한 사업 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검토, 지원해주겠다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상당히 많은 지원도 아니다. 격납고 시설 1동과 기술 지원 정도다. 격납고 시설도 국토부가 아닌 한국공항공사 예산으로 지원한다. 국토부가 직접 지원하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이에 앞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2010년 1월 충북도와 MOU를 체결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도가 유일하게 시범단지로 지정돼 장밋빛 청사진을 꿈꿀 때였다.
그러나 KAI가 요구하는대로 정부 지원이 이행되지 않으면서 KAI는 다른 마음을 품게 됐다. 2014년 12월 KAI는 충북과 결별하고 경남 사천과 손을 잡는다.
힘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러브콜을 했고 KAI는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갔다. 안타깝게도 KAI 연합군단은 아직까지 정부로부터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 하고 있다.
KAI와 충북도의 결별이 아쉬울 수도 있지만 대형 항공사가 아니라는 점과 민항기 정비 경력이 전무하고 전투기 전문사라는 부분에서 그리 속상해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그러면서 등장한 회사가 아시아나항공사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과 김포 등에 정비(MRO) 시설을 갖추고 있다.
청주공항 주변 에어로폴리스 지구는 국토의 중앙이라는 이점이 있고 발전 가능성이 높은 공항이라는 면에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기왕 항공MRO단지를 조성하면서 인천에 있는 2.5베이와 1베이(3.5베이), 김포의 1베이 시설을 청주로 몰아 청주에 6베이 정도의 격납시설을 갖추면 괜찮겠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1베이는 A380, B747 등 대형 항공기 1대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격납 시설이다. 그러나 1지구 땅은 턱없이 부족했다.
아시아나의 A380, B747과 같은 대형 항공기는 격납고에 높이 37m의 통로 2개 와이드바디를 갖춰야 한다. 이 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활주로 중앙선을 기준으로 559m를 떨어뜨려야 한다.
활주로 중심에서 한 쪽 300m, 양 쪽 600m 내에는 건축이 안 되기 때문이다. 결국 1지구에는 2.5베이 정도 격납고를 지을 수밖에 없다.
전체 15만2066㎡(옛 4만6000평) 중 가용 면적은 2만1818㎡(옛 6600평)밖에 되지 않는다. 정비를 위한 런업장, 컴퍼스 스윙 공간까지 더하면 11만2396㎡(옛 3만4000평)가 더 필요하다.
아시아나가 바라는 최소 6베이를 세울 수가 없는 것이다. 아시아나는 2015년 1월 충북도와 MOU 체결 후 두 번에 걸쳐 타당성 조사를 했다. 여기서 부지 부족이 문제로 부각됐다.
하지만 충북경자청의 끈질긴 설득으로 아시아나사는 2.5베이 시설만 두는 것으로 합의했다. 부족한 시설은 2지구와 통로를 만들어 일부 부지를 활용키로 했다.
하지만 금호산업 인수로 자금 출혈이 심해지면서 아시아나는 청주공항MRO사업에 투입할 여력을 잃게 됐다. 그럼에도 끝까지 해보려 했지만 결국 오너의 결단으로 지난 8월 포기를 선언하게 됐다.
이후 충북경자청은 대한항공, LCC항공사 등 국내 항공사와 외국 항공사 등을 찾아 사업 타진을 벌였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부지 문제가 지적됐다.
더 중요한 것은 항공MRO에 소요되는 적지 않은 인건비, 기술력, 더딘 수익 회수 등이 발목을 잡았다는 점이다. 도는 끝내 단일 항공사를 유치, 대단위 항공정비사업을 펼치려던 애초 계획을 접을 수밖에 없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