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충북도의회 항공정비(MRO)사업 점검 특별위원회가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다음 달 예정된 7차 회의에서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뒤 가동을 끝낼 예정이다. 특위는 지난 26일 충북도의 MRO 사업 백지화 발표를 끌어냈고, 전담 부서인 경제자유구역청장이 사표를 제출한 것에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여기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지금까지 특위 활동이 경제자유구역청장 한 사람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려 한 것이냐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도의회가 특위까지 가동해가며 MRO 사업을 까뒤집어 본 건 246억 원이라는 막대한 도민 혈세를 퍼부었음에도 무산된 사정을 들여다보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연이어 두 번씩이나 뒤통수를 맞는 헛발질을 하게 된 연유를 캐는 게 목적이었다. 왜 그렇게 대응이 부실했고, 상대를 파악지 못한 채 행정력만 낭비했는지 살피기 위함이었다.

충북도 및 경제자유구역청의 MRO 사업과 관련해 자치단체 차원에서 벌이는 대단위 프로젝트치고는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처음부터 제기됐다. 애초 충북도와 손잡을 것으로 믿었던 KAI가 막판 경남도를 선택하며 충북도를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에 빠지게 한 게 시작이었다. 그 과정에서 KAI의 반응이 이상하고, 경남도의 움직임이 심상찮다는 경보음이 수차례 울렸음에도 충북도는 "어차피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며 느긋해 했다. 그 여유로움이 도대체 어떤 근거, 어떤 판단에 따른 것인지 궁금할 정도였다.

부랴부랴 대안으로 내세웠던 아시아나항공과의 진행 또한 기다림과 조바심으로 점철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뒤로 한 발 물러선 듯한 자세는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는 데만 1년 7개월이 걸렸다. 역시 이때도 충북도는 만일의 경우란 없다는 듯 낙관에 기댔다. 주변의 재검토, 상황의 재점검 권유에 귀를 닫았다. 그 결과는 사업 포기라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연이은 참패는 충북도의 프로젝트 실행에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드러내는 데 충분했다. 다시는 이런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한 진단과 처방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충북도는 스스로 진단과 처방을 내리길 주저했고 이런 충북도를 대신해 도의회가 나선 게 특위였다. 특위 활동 과정에서 대응력 미숙, 정보력 부재, 안일한 대처 등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게 대부분 확인됐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진상 규명에 대한 거부,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가장 책임이 큰 이시종 도지사마저 경제자유구역청의 뒤로 빠져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는 비난이 이어졌다. 도의회가 특위보다 강제력 있는 조사특위를 가동하려는 이유였다.

그런 도의회가 전상헌 경제자유구역청장의 사표 제출로 조사특위 계획을 접겠다고 한다. 더 파헤칠 게 많다며 조사특위를 가동하겠다고 한 게 전 청장 한 사람을 물러나게 하려는 으름장이었는지 묻고 싶다. 문제가 많다면 그 본질을 캐 대안까지 내놓아야 특위를 운영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기 싸움에서 이겼다고 슬그머니 손을 털려는 도의회가 어떤 보고서를 내놓을지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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