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 MRO 좌절 이유 ③항공MRO사업, 과연 가능한가

항공기 정비 외국행 막아 수요 보전해야
엔진 등 집중지역 정해 항공사 공유토록

[충청일보 이정규기자] 충북경제자유구역청은 청주에어로폴리스 1지구에 대해 정비 관련 1~2개 기업과 항공 관련 기관에 분양해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고 나머지 부지는 청주국제공항 확장 수요에 대비키 위해 남겨놓을 생각이다.

2지구는 항공 관련 기업들을 입점시키는 한편 국토교통부의 항공산업 계획을 보며, 가능하다면 LCC 항공사 등의 항공MRO 단지로 조성하겠다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어찌됐든 에어로폴리스지구는 항공 산업 관련 부지로 활용돼야 한다는 선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방향을 틀었더라도 색깔은 유지시킨다는 전략이다.

에어로폴리스지구 활용에 대해 충북이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이는 충북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남(사천)이나 인천 역시 자기만의 그림만 그릴 뿐 아직까지 뚜렷하게 진전되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항공MRO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 자체가 과연 가능한 것일까.

사실 항공정비산업에 대해 정부는 외국 수요의 국내 전환을 통한 1조3000억 원의 수입 대체 및 일자리 8000개 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항공MRO에 대한 전문가적 이해가 부족하고 사전에 조치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 대한항공은 김포, 김해, 부산 등에 정비시설이 있으며 인천에 엔진테스트 시설을 최근 완공했다. 아시아나항공사는 인천과 김포에 정비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대형항공사 외에 항공경정비사인 샤프에비에이션케이가 저비용항공사(LCC)와 인천 지역에 경정비를 위한 정비고를 완공한 상태다. 하지만 이는 항공사마다 보유 항공기에 대한 정비를 목적으로 항공 MRO시설을 마련했을 뿐이다.

정부가 바라는 항공정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심각한 고민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항공정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정부는 먼저 항공정비 전문가들의 시각이 어떤지를 파악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항공정비산업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이 '수요 보전'이라고 보고 있다.

정비 시설을 갖추더라도 수요가 없다면 이내 파경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항공정비(MRO)법을 제정해 주길 바라고 있다.

국내에서 항공기나 헬기 정비가 가능한데 굳이 외국 정비센터까지 다녀올 필요가 없어 이를 제재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또 항공MRO 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지역마다 특화단지 형태로 조성시키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견해다.

예를 들어 엔진 부분, 기체 부분, 휠&타이어 부분 등 한 분야를 집중 정비하는 지역을 정하고 항공사가 이 시설을 공유토록 하는 방안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엔진을, 아시아나는 기체에 대한 정비 기술이 뛰어나 근래 들어 공유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하나, 항공MRO시설 목표가 설정됐다면 이를 위해 필요한 활주로·부지면적·접근방법 등에 대한 사전 검토가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나마 덜 문제가 되겠지만 관제도 살펴봐야 할 점이다. 정비 인력의 고임금 체계 문제도 외국과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정부는 막연한 항공정비산업 육성이라는 애드벌룬만 띄울 게 아니라 다각도로 사전 준비 과정을 거쳐 세밀한 플랜을 짜야 한다.

기왕에 당초 계획을 접은 청주항공MRO단지 조성 사업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다시 계획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

특화시킬 분야가 무엇인지, 이를 위한 시설 부지는 넉넉한지, 수요가 있는지 등 다방면의 검토가 선행돼야 한다.

지지부진한 국내 항공MRO산업 육성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주도해 지자체나 항공사의 경쟁 체제를 배제시키며 공동 성장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항공정비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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