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 유난히도 어렵고 지루하고 분노가 치솟던 丙申年의 해는 지고 이제 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우리 농업 측면에서만 봐도 남아도는 쌀로 인한 쌀값의 지속적인 하락이 일 년 내내 지속되면서 급기야 현지 쌀값 80kg 한가마의 가격이 12만 원선으로 가라앉으면서 사실상 쌀값은 시대를 역주행하여 35년 전의 가격까지 후퇴하고 말았다. 쌀값이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이는 단순하게 수요 공급의 원칙에 의한 것이다.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들면서 쌀이 남아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생산한 쌀만으로도 소비하는 쌀보다 남는데다가 2004년에 쌀 시장 개방을 10년간 유예하면서 최소시장 접근율에 의한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패널티를 받게 되었다. 이젠 우리나라는 매년 42만여 톤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한다는 점도 쌀값하락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11월 달에 처음 발생한 AI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2천 마리가 넘는 가금류를 살처분했지만 그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계란 한판의 가격은 1만5천 원까지 폭등하고 일부대형마트에서 1인당 계란 한판씩만 판매하는 기현상이 연출되고 있다. 계란의 부족사태로 빵과 제과업계가 비상이 걸린 것은 물론이고 급기야 미국산 계란의 수입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예측에 의하면 이번 AI로 인한 피해는 축산농가의 피해는 물론 육가공업체, 사료업계, 제빵, 제과, 요식업 전반에 피해를 주게 되면서 피해액이 많게는 1조 5천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는 보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특히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사건까지 발생해 나라 전체가 어려움에 처하게 되고 국민들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고 가면서 연인원 1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다.

 우리는 이를 시간의 흐름으로 그냥 지나쳐 버린 한해로 기억하지 말고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과거 어느 정치인의 말한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라는 말이 새삼 기억이 나는 정유년의 새아침이다. 닭의 해인 丁酉年 새해 아침을 맞은 우리는 닭의 모가지를 확실하게 비틀어야 한다. 한 번의 역사적 과오는 이젠 없도록 해야 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있는 것이고 국민은 어엿한 국가의 주인이기에 국민들의 분노 게이지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게 해야 한다.

 농업인들을 위한 농정도 마찬가지다. 사전에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대응하는 정책은 국가에서 얼마든지 시행할 수 있다. 뒤늦은 시장격리, 쌀의 사료화 추진 등의 허점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AI 역시 정부 대응은 느림보 수준이었다. 이미 지난 2003년부터 9차례나 발생한 AI에 대해 재발을 막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한 일이 없다. 작년의 경우 발생 후 26일이 지나서야 범정부대응체계를 구축했고 이미 많은 피해가 나타난 한 달이 지나서야 위기경보를 최고수준인 심각단계로 격상하는 늑장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젠 새아침이 밝았다. 희망을 노래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이루겠다는 소망을 간직하는 새해에는 지난해의 때를 깨끗하게 씻어내야 한다. 개방화, 국제화의 물결에 휩쓸리면서 고령화, 영세화의 핸디캡으로 더욱 어려워진 농업·농촌에 새해 희망과 용기를 주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어려운 농촌경제를 살리고 행복한 농업인, 살기 좋은 농촌의 희망을 노래하는 새해가 되기를 丁酉年 새아침에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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