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 시행 100일]
3만원 식사에 쩔쩔 매다가도
사회지도층 일탈에 '허탈감'
법 취지 공감대 확산 불구
공직사회 안팎 혼란 가중
외식·화훼 등 업계 피해
경감 위한 대책 마련해야

▲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100일을 맞은 4일 청주의 한 음식점에 1인분에 2만9000원인 김영란법 관련 메뉴가 적혀 있다. /권보람기자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3만원 식사에 쩔쩔매고 미풍양속 경조사비에도 눈치 볼 때, 누구는 대통령·대기업과 수백억원을 주무르고 있었네요."

부정청탁을 근절하고 공정·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100일을 맞았다.

시행 초기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법이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성장통'이라는 데는 대체로 이견이 없다.

심지어 매출 하락 등 직격탄을 맞은 외식·화훼업계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적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법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는 공무원,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 등도 '인간 관계의 단절'에는 여전히 우려를 표하지만 "그 동안 잘못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문제는 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소위 '사회 지도층'의 일탈은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정농단 사태가 그렇다.

최순실이라는 민간인이 국정에 개입하고, 대기업으로부터 수백억원의 자금을 수탈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대다수의 국민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그 시기가 공정경쟁의 풍토를 조성하고 청렴사회를 만들겠다는 부정청탁금지법 시행 직후여서 실망감은 더했다.

사실상 대다수 국민이 직간접적인 적용을 받는 '3(식사)·5(선물)·10(경조사비)' 규제까지 생겨났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지도층의 부정부패에 법의 취지는 무색해졌다.

지역 공직사회의 혼란도 계속되고 있다.

간부 공무원의 자혼 소식을 건설업체에 알린 지자체 공무원의 사례나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이 도내 '1호 신고' 사례가 된 이후 빚어진 논란·갈등은 많은 도민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여전히 합법·불법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며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공직사회 안팎의 '청탁'도 완전히 근절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의 피해를 어떻게 줄일지도 법의 연착륙을 위해 남아있는 숙제 중 하나다.

그 동안 부정청탁에 악용됐던 금품·접대 등은 근절돼야 하지만, 사회통념상 허용됐던 식사·선물까지 지나치게 위축되면서 애먼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충북도지회에 따르면 지난해 9~11월 도내 폐업 업소는 521곳으로 2015년 같은 기간 408곳보다 크게 증가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상권정보' 통계시스템 분석에서도 지난해 11월 기준 충북지역 일식·수산물 업종 폐업률은 1.2%로 전년도보다 0.3% 늘었다.

중식당 폐업률도 0.8%에서 1.4%로 0.6%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결혼성수기와 '1월 인사철' 대목으로 매출 회복을 노렸던 화훼업계도 여전히 울상을 짓고 있다.

청주의 한 화훼업자는 "주말마다 결혼식장에 화환 80~100개를 납품했었는데 요즘은 20개를 넘기기도 힘들다"며 "인사시즌을 앞두고 미리 주문해 놓은 축하용 난·화분도 절반 이상이나 재고로 쌓여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힘들기는 하지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인 만큼 법 자체는 필요하고 서서히 적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지도층에서도 이제는 모범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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