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 물가 줄줄이 올라
서민 가계부담 가중
AI·농작물 생산량 감소에
농민·자영업자도 큰 걱정

[충청일보 송근섭기자]설 명절 연휴를 3주 앞두고 직장인·주부·자영업자·농민 할 것 없이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 폭등에다 AI(조류 인플루엔자) 확산, 부정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서민경제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어느 해보다 썰렁한 명절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충북 청주육거리시장의 계란 특란 한판 소매가는 9830원으로 지난해(4760원)보다 2배 이상이나 올랐다.

다른 시·도와 비교해 봐도 수원(1만600원)·대전(1만500원)·전주(1만원) 다음으로 비싸다.

AI의 전방위 확산으로 계란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가격이 연일 폭등한 탓이다. 계란뿐만 아니라 밥상물가가 줄줄이 오르면서 가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콩 20.4%, 감자 28.5%, 시금치 20.8%, 무 133.2%, 깐마늘 12.1%, 파 20.0%, 사과 14.8%, 배 5.1% 등 주요 품목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주부들은 당장 장을 보기도 겁나지만, 다가오는 설 명절에는 성수품 가격이 얼마나 뛸까 걱정이다.

충북 청주에 거주하는 서모씨(41·여)는 "식용유부터 시작해서 명절에 꼭 필요한 품목들 가격이 기다렸다는 듯 오르고 있다"며 "남편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직장인에게도 다가오는 설 명절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연휴기간 자체도 토·일요일을 포함해 4일에 불과한 데다 상여금은 꿈도 못 꿀 상황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조사한 이달 중소기업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는 81.7로 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이 올해는 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명절 휴무나 상여금 지급에 소극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그나마 명절에야 북적거렸던 농촌지역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AI 확산으로 마을마다 외부인 출입이 제한되고 있는데다 쌀값, 소·돼지고기 가격 폭락으로 손주들 세뱃돈 챙겨주기도 버겁다.

축산농가는 명절 준비는커녕 AI 방역과 잔존물 처리에 피로감만 쌓이고 있다. 명절까지 AI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다면 농촌으로 향하는 귀성길은 예년보다 한산할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들은 '설 대목'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물가가 폭등하면서 손님들의 발길은 갈수록 끊기고, 부정청탁금지법으로 명절 선물세트 수요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거기다 AI 확산과 지난해 가을 이후 배추·무·콩·사과·배 등의 생산량 감소로 당장 내다 팔 물건을 구하기도 어렵다.

청주육거리시장 상인 남모씨(53)는 "명절 대목에도 재미 못 본지 몇 년 됐다"며 "올해는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수급 자체도 어려워서 명절 장사가 제대로 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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