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집요하고 치밀하게 전개되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인 환구시보는 7일 “한반도에 사드가 배치될 경우 한국이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 신문은 ‘한국이 사드 때문에 화를 자초하고 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로 어둠의 길을 가려는 것 같다. 미국의 전략적 조종 아래 무모한 앞장이가 되려는 것 같다”면서 이같이 썼다. 이어 “한국정부가 사드 배치에 있어서 중국의 의지를 심각하게 낮게 보고있다. 사드 배치 충돌이 한·중 양국사회 전면적 대립으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구시보가 협박에 가까운 주장을 내놓은 계기는 우리 외교부가 이틀 전인 지난 5일 추궈홍(邱國洪) 주한 중국대사를 비공개로 외교부 청사로 불러 사드 한반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조치에 항의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가 언론을 동원해 반격한 것이다.

우리 외교부가 지난해 7월 한반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대사를 초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사드 보복조치로 의심되는 수 많은 사례들이 실행될 때 침묵해왔던 외교부가 할말을 한 것은 만시지탄이나 사안의 중요성, 국가적 자존심, 생존권 차원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문제를 협의하러 북경에 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방중단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의 사드배치 결정에 따른 보복조치가 진행중임을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유커(중국 관광객) 전세기의 한국행 불허·한한령(문화예술 한류 콘텐츠 규제) 발동·중국 롯데마트 점포 150개 세무조사·삼성과 LG 배터리 장착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지급 제외 등 한국에 대한 일련의 전방위적인 규제가  사드배치를 저지하기 위한 보복조치의 일환임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면서 왕 부장은 어린 아이 다루듯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사드 배치를 서둘지 말고 중단해 해결점을 찾자”고 어르기까지 했다.

대국 답지 않은 치졸하고 외교적 금도를 저버린 외교부장의 행태도 문제지만, 정부와 아무런 상의 없이 불쑥 잠재적 적성 국가를 찾아가 사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나선 야당 국회의원들의 행태는 더 유아적, 사대주의적인 것이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직전 당파가 다르다고 실상을 왜곡하고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당시 조정의 벼슬아치들과 다를 게 별로 없어 보인다.

생존이 달린 문제를 잠재적 적성국가인 중국의 외교부장을 만나 상의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극단적으로 중국과 무역을 못하게 된다고 해도 경제대국 한국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것도 아니다. 좀 타격을 받아 경제규모가 크게 줄어든다고 해도 북핵 공격을 받아 모든게 날아가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사드가 생존을 위한 방어무기라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는데도 중국은 막무가내로 한국의 말을 듣기조차 거부한다. 이런 상대에게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이젠 각자 갈 길을 가는 수 밖에 없고, 그에 따른 사태에 대비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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