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국회의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가 별다른 성과없이 9일 마무리됐다.
국회 청문회를 통해 그동안 제기된 온갖 의혹들이 베일을 벗을 수 있을 것이라는 국민적 기대는 위원들의 준비 부족과 증인 불출석 등으로 인해 '맹탕 청문회'로 전락하면서 물거품이 돼버렸다.
지난해 12월부터 진행된 이번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의혹들의 실체적 사실이 규명된 것은 전무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순실 청문회'라는 이름을 내걸고도 정작 최순실은 구치소 청문회 당시 잠깐 모습을 드러냈을 뿐, 청문회 출석 자체를 거부하면서 '최순실없는 청문회'에 불과했다.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실망스럽고 한심스러운 것은 위원들의 준비 부족과 자질 결여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그나마 출석한 증인들의 일관적인 '모르쇠 답변'을 뒤집을 수 있는 근거나 새로운 사실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호통만 치는 데 급급했던 위원들의 모습을 TV를 통해 지켜보던 국민들은 분통만 터트려야 했다.
의혹 규명을 위한 새로운 사실없이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들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데다, 일부 위원들은 청문회 취지나 내용과는 동떨어진 질문으로 국민들을 황당하게 만들기도 했다.
국회 내부에선 청문회의 제도적 한계를 탓하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증인들의 자진 출석 유도를 위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강화, 불출석 증인에 대한 처벌은 물론 증인들의 위증?증언거부 등에 대해서도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청문회 운영 방안도 개선, 위원들의 질문 시간을 늘리는 등 심도있는 심문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적 측면이나 운영 방식을 개선한다고 해도 청문회에 나서는 위원들의 막중한 책임 의식과 철저한 준비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번 청문회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하거나 소위 '청문회 스타'가 돼보려는 듯, 내용은 없이 목소리만 키우는 행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국회 청문회 무용론은 더욱 증폭될 것이 자명하다.
국조특위 활동기간을 한 달 연장하겠다는 방침은, 더 많은 것을 조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고 하기보다는 스스로 이번 국정조사의 부실을 인정한 꼴이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위원들의 준비 부족과 자질 결여가 개선되지 않는 한 국정조사를 1년을 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전쟁에서 아무리 좋은 신무기를 들고 나선다 해도, 그 무기에 사용할 총알이 없다면 그 무기 자체는 전시품에 불과하다.
이번 국회 청문회를 통해 총알도 없이 전쟁에 나서면서 승리하겠다는 무지와 객기만 드러낸 국회의원들의 아둔한 정치적 수준과 자질만 거듭 검증한 것이 그나마 성과라는 조롱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 이유다.
이번 청문회 위원들을 비롯해 국회의원 모두는 "누구에게나 '나처럼 행동하라'고 말할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칸트의 말을 교훈삼아 스스로를 통렬히 비판하고 국민 앞에 성숙과 발전을 다짐하길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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