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리닝 방식으로 관객과 소통
개인 시각에 사회적 문제 투영
고영택·김기라 등 작가 9人 참여
우민아트센터서 내달 4일까지

▲ 전시장 전경.

[충청일보 오태경기자] 우민아트센터가 진행하고 있는 우민극장 '사적인 광장'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사적인 광장은 우민아트센터에서 격년제로 진행되는 우민극장의 세번째 전시로 시각예술의 공공적 기여와 창의적 소통을 지향하는 복합문화예술 프로그램으로 스크리닝(상영)을 기본으로 한다.
 
전시는 개인의 삶을 통해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며 한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그 시대적 상황을 유추하는 가장 큰 단서가 된다는 것에 착안해 가장 개인적이고도 사적인 문제가 우리의 보편적 사회문제와 연동됨을 암시한다.
 
이러한 사적 문제와 공적인 문제의 연관성 자각에 대한 전시의 전제는 개인의 '사적'영역 이라는 모호하고도 안일한 금긋기가 사회적 문제가 강권하는 연대적 책임감을 회피하는 변명으로 작동해 왔음을 자각하게 만든다.

이는 각자도생에 급급한 우리들에게 사회적 문제를 현실의 문제로 가깝게 이해하는 단초로서 작동됨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영택, 김기라, 김동령, 김영글, 박경근, 신정균, 유비호, 임흥순, 전소정 등 총 9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고영택의 '산책'이라는 작품은 길을 걷는 두 사람의 닿을 듯 닿지 않을 듯한 인물들의 손의 표정에 집중하고 평온함과 긴장감이 이어지는 가운데 끝내 하나가 되지 못하는 한국 분단 현실을 은유한다.
 
김기라의 '이념의 무게_ 한낮의 어둠'에서는 최면의학자 변영돈 박사가 전승일을 최면치료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작업이다. 작가는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토로하는 등장인물의 말과 표정 속에서 군사독재 시절의 민주화 운동이 한 개인에게 남겨놓은 상처를 드러낸다.
 
김동령의 '거미의 땅'의 영상은 이름 없는 무덤들이 즐비한 숲을 지나 미군부대가 이주한 뒤 유령 마을이 돼버린 의정부 뺏벌과 선유리에서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조망한다.  

작가의 시선은 비동일시와 과잉된 동일시의 사이에서 비판적 거리를 유지한 체 미학과 윤리학의 경계를 넘나든다.

단순히 '피해자'의 프레임으로 덧씌울 수 없는 인물들의 파편적 증언과 나레이션을 통해 암시된 망각된 기억을 호출하며 사회적 편견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의 삶에 낫지 않는 상처로 남은 역사적 사건에 대해 다시볼 수 있다.
 
신정균은 우리 일상 곳곳에 침투한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라면 공통적인 정서일 수도 있는 전쟁위협과 현존하는 분단상황이 자아내는 막연한 불안감에 집중한다.  

또한 개인과 사회가 맞닿는 지점에서 정치적 상징체계가 집단, 혹은 개인의 정체성 형성에 미치는 구체적인 단서들을 발견하고 일상을 부유하는 불안의 흔적을 건져낸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8월의 최전방' 에서는 한국과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그대로 표출한 리창식의 시가 프랑스어로 번역되고 한국어로 재번역되는 과정을 거치며 몽환적인 영상과 함께 프랑스 여인의 낭만적인 목소리로 전환돼 원래의 선동적인 문구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자아낸다.
 
임흥순의 '비념'은 '빌고 바란다'는 '기원'과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데 제주 4·3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할머니 개인의 이야기에 출발해 과거 한국사의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역사적 접근을 시도한다.


제주 4·3사건의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방식을 유령처럼 카메라가 따라다니지만 결국 아무것도 없는 독특한 방식의 카메라 촬영 방식을 보여준다.
 
전소정의 출품작인 '보물섬', '열두개의 방'은 일상의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작가로서, 개인으로서의 태도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상징한다. 그들의 삶에 내재돼 은유적으로 드러나는 사회적 모순과 폭력성 등은 비애감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집요하고 강박에 가까운 행위의 과정은 기묘한 아름다움과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동시에 보여준다.
 
김영글의 '가장의 근심'은 IMF 시기 몰락한 중산층 남성의 심리를 묘사하는 단어들로 채워진 방을 재현하며 1990년대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 봉착한 어느 가장의 정서와 태도를 들여다본다.
 
작가는 당시 존재할 법할 만한 가상의 인물의 삶을 통해 집단적인 역사로서가 기억 아닌 개인의 기억으로서의 역사를 조망한다.
 
유비호의 '이너뷰'는 거대산업사회의 재난으로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연민과 슬픔의 과정을 되감는다. 인터뷰 영상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적 사실로서의 이들의 존재가 아닌 자신의 삶을 짓누르는 무게감으로 인해 휘청거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를 향해 부단히 걸어갈 수밖에 없는 이들의 실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박경근의 '청계천메들리'는 작가 자신과 아버지, 할아버지로 이어지는 가족사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된 조국 근대화의 집단적 경험, 일제시대 식민지 수탈을 위한 산업화와 연결된 철에 얽힌 초역사적 의미에 대해 언급한다.

또한 철을 통해 바라보는 한국 근현대사를 사실적 영상으로 재현한다.
 
사적인 광장은 우민아트센터 전관에서 다음달 4일까지 진행되며 오는 25일 오후 3시에는 퍼블릭 프로그램으로 기회자와의 대화가 실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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