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일찍 시중에 유통
흡연자·업계반응 '제각각'
"금연 생각" "거부감 없어"
담배 케이스 불티 등 역효과

▲ 충북 청주시의 한 편의점에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경고그림이 부착된 새 담뱃갑이 판매되고 있다.

[충청일보 송근섭기자] 흡연의 폐해를 보여주는 경고그림이 부착된 담뱃갑이 지방 소매점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 예상보다 일찍 새 담뱃갑이 시중에 유통되면서 '새해 금연결심'과 맞물려 얼마나 흡연율 감소 효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일부에서만 시범적으로 판매했던 경고그림 부착 담뱃갑이 지난 주말을 전후로 충북 청주지역 일선 소매점에도 유통되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 시행에 따라 지난달 23일부터 모든 담배제품의 담뱃갑에 경고그림을 표기하도록 의무화했다. 다만 기존 생산제품 재고가 쌓여있어 실제 시중에 유통되는 시점은 1월 말~2월 초순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새 담뱃갑은 예상보다 일찍 시중에 풀렸다. 

불과 보름여 만에 새 담뱃갑이 일선 소매점에 유통될 정도로 재고 회전율이 높은 것이다. 그만큼 정부나 업계의 예상보다 담배가 많이 팔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경고그림 부착으로 흡연율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흡연자들과 관련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20년 넘게 흡연을 해 온 L씨(42)는 "가뜩이나 흡연자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혐오스러운 그림까지 있는 담뱃갑을 보니 이번 기회에 금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놨다.

 반면 M씨(32)는 "그동안 폐암 등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흡연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담뱃값이 올랐을 때도 끊지 못했는데, 경고그림 하나 들어갔다고 갑자기 금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담뱃값 인상처럼 큰 효과는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내 담배 판매량은 2014년 43억8000만갑에서 담뱃값 인상 이후인 2015년 33억3000만갑으로 크게 줄었다가, 지난해 36억8000만갑(추정)으로 다시 증가 추세다.

'경고그림 담뱃갑'으로 관련 업계의 매출이 반짝 상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나타나고 있다. 온라인쇼핑몰 등에서는 혐오스러운 그림을 가려줄 수 있는 담배 케이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고, 일선 소매점에서는 '보루 담배'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
 
충북 청주의 한 편의점 직원 B씨(23)는 "경고그림 담뱃갑을 판매한 이후, 그림이 들어가지 않은 담배를 보루 째 사가는 손님이 늘었다"며 "담배케이스를 따로 판매하느냐고 묻는 손님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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